◎궁원서 서민정원까지 “고유 조경 재발견”문화재전문가로 조경분야에 천착해온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정재훈(58) 발굴조사사업단장이 20여년에 걸쳐 우리나라 정원의 시원과 역사를 정리한 「한국전통의 원·원」(조경간)을 내놓았다.
한국적 조경론의 재발견에 중점을 둔 이책은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원을 왕궁의 원(궁원), 루원, 민가원, 서원의 원, 사원, 고분의 원으로 대별하고 각각의 독특한 조형미와 특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한국의 경우 원의 조성과정에도 자연과의 동화를 우선하는 천명사상이 흐른다. 자연의 정복에 중점을 준 중국이나 자연의 인공화에 초점을 맞추는 일본의 조경전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왕궁의 원은 고구려의 안학궁지, 신라의 안압지, 조선의 비원 등 15곳, 누원은 남원 광한루등 5곳, 민가원은 하회마을 등 마을 6곳과 경주 서출지 이락당(이요당) 등 민가 65곳, 서원은 영풍 소수서원 등 5곳, 사원은 송광사 등 45곳, 고분의 원은 여주 영릉 등 10곳이 소개됐다.
제각기 시대의 사상과 조상의 지혜가 스며 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창덕궁의 후원으로 건립된 비원은 한국의 전통 사상과 조경양식을 대표한다. 비원의 조경과 건축에 흐르는 철학은 자연을 영적 재로 생각하는 한국고유사상에서 출발, 도교 유교 풍수사상을 아우르고 있다. 안압지는 회화의 삼원법같은 기법을 원용, 한 눈으로 못의 모든 공간을 볼 수 없도록 절묘한 배치가 일품인데 일본의 전통 조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즉 석정에 괴석을 까는 석조기법과 회화적 양식의 활용은 모두 안압지에서 배운 것이다.
사찰 20여곳의 배치도와 사진, 민가 65곳의 평면도와 사진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책의 끝장에는 한국전통조경의 구성 요소인 지형과 입지, 화목과 배식, 정자와 누 등 건물, 지당(연못), 괴석, 조산, 기구, 담장, 다리와 보도를 구분하여 양식론을 설명했다.
문체부 문화재관리국장을 역임한 정단장은 『문화유산의 역사적 풍치와 환경보전의 방법론을 모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이기창 기자>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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