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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같은 빵 VS 즐거움 주는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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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같은 빵 VS 즐거움 주는 빵

입력
199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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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크라운베이커리에 ‘세련’ 파리바게뜨 추격주택가 골목 입구나 시장 어귀에서 만나는 조그만 빵집. 삼사십대 주부가 어느날 부업을 결심하고 적금을 털어 시작하던 빵집의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구두는 어떤 브랜드, 정장은 어디 것, 자동차는 어떤 회사 하는 식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이제 빵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누구는 크라운베이커리를 즐겨 찾고, 누구는 파리바게뜨가 더 입맛에 맞고, 어떤 이는 특정 제품의 빵만을 좋아한다.

업계의 선두 크라운베이커리와 젊은 층 사이에서 신선한 감각으로 급부상한 파리바게뜨. 두 브랜드는 우리 입맛의 브랜드화를 촉진하고 빵을 식사개념으로 끌어올렸다. 한쪽이 고급빵 문화를 우리 식탁에 보편화시켰다면 다른 한쪽은 그 문화에 다양함과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 한층 감각적으로 이끌어 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크라운제과 생과사업부로 출발, 1988년 독립법인이 되었다. 독특한 마케팅전략과 문화적인 기업이미지로 90년부터 업계의 선두로 나섰다. 파리바게뜨로 더 알려진 (주)파리크라상은 87년부터 최고급 브랜드인 파리크라상 매장을 선보였다. 88년부터 보다 대중적인 파리바게뜨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업계 2위자리를 다투고 있다.

두 회사는 매장에서부터 각자의 컨셉이 분명하다. 친근한 너와집, 자연그대로의 멋을 살린 크라운베이커리 매장. 퇴근길의 아빠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게 한다. 반면 매장 입구 간판에서도 느껴지는 파리(Paris)의 이미지. 파리바게뜨 매장은 유럽풍의 세련됨이 느껴지는 베이커리 카페이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제품컨셉은 밥같은 빵. 원재료에 충실한 빵을 만들어 실속을 추구한다. 생크림케이크는 99.92% 우유로 만든 생크림과 신선한 생과일을 주재료로 한다. 소품종다량생산으로 각 제품의 질에 최선을 다한다.

반면 파리바게뜨의 제품컨셉은 즐거움이 있는 빵이다. 다양한 재료를 장식하여 디자인이 독특한 생크림케이크. 다품종소량생산이라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넒혀 준다. 크라상과 페스츄리 등은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을 뿐 아니라 프랑스풍의 감각이 물씬 느껴진다.

광고의 컨셉은 제품컨셉에서 출발한다. 빅모델을 점차 지양하고 은은하고 차분하게 제품을 전달하는 크라운베이커리의 광고. 반면 채시라의 이미지를 빌어 세련됨을 전달하는 파리바게뜨.

개발과 유통에도 개성이 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최근 파베이킹(Part Baking) 기법의 도입으로 바게뜨품목을 반만 구워 매장으로 배달, 구워낸 시간과 먹는 시간과의 차이를 좁힌다. 국내 베이커리 업계중 유일하게 기술연구소를 두어 빵을 연구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매장마다 전문교육을 받은 기사가 있어 자체적으로도 제품을 생산, 매장마다 개성이 돋보인다.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빵, 그러면서도 고급스럽고 맛있는 빵을 누가 만드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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