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수학 포기했어”에…나는 아이하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이가 열너덧살된 겨울방학 어느 날,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어느덧 밤이 깊어진 때, 아이가 대뜸 말했다. 『엄마, 나 수학 포기했어.』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도 태연히 「사과먹어라!」라고 말할 때처럼 대수롭지 않은듯 애쓰면서 천천히 말했다.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산수문제는 우선 풀기 전에 문제자체를 잘 봐라! 그러면 안 풀리는 문제가 없다」 이 말을 들은 후에 나는 한 번도 수학을 두려워해본 적이 없다. 내가 혹시 유언을 못하고 죽는다면 나중에 니 아이에게도 이 말을 전하거라. 이것이 나의 유언이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떤 문제들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느냐? 어디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아이가 책을 펴고 이리저리 넘긴다. 나는 곁에 있던 커다란 달력 두 장을 부욱 소리나게 뜯었다. 아이 한 장 주고 나 한 장 가졌다. 우선 눈에 뜨이는 문제 하나를 똑같이 두 장에 옮겨 썼다.
『답이 나오든 말든 니 마음대로 풀어나가라. 엄마는 엄마대로 풀께』라고 말하고는 각자의 책상으로 갔다. 한참 뒤, 종이를 서로 바꿔보았다. 『으응,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다시 종이를 바꾸고 달력을 또 뜯어내고… 동이 틀 무렵에야 둘은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낮엔 실컷 놀다가 저녁 먹고 나니까 아이가 말했다. 『엄마! 수학공부하자!』 『그래!』라고 큰소리로 내가 외쳤다. 둘이는 서바이벌게임하러 가는 것처럼 신나게 책상으로 갔다. 이런 생활이 연이틀 동안 계속 되었다. 『엄마, 인제는 됐다』라고 아이가 말했다. 그날로 수학공부는 그만두었다.
그 이듬해, 아들은 안 배운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학생이 되어서, 반 전체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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