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내면 응시할 수 있는 편안한 50대첼리스트 정명화씨(52)가 자신의 내면을 정면에서 응시했다. 음악 생활 4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 작품을 취입했다.
93년 교수로 초빙돼 학생들을 가르치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옆 방의 동료 교수인 피아니스트 이영조씨(53)와 의기투합했다. 2년 동안의 꼼꼼한 준비 끝에 최근 음반을 냈다. 독일곡, 러시아곡, 프랑스곡이 각각 3편, 그리고 한국곡이 4작품. 그리움의 화살은 시간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간다. 「성불사」를, 「한오백년」을 읊더니, 드디어 「도드리」에서는 한국의 빛깔을 첼로의 커피빛 볼륨으로 끌어 안는다. 이교수가 그의 청탁을 받고 작·편곡 한 작품. 거기서 그의 첼로는 거문고나 해금, 때로는 장고 소리도 낸다. 그 작품에다 그는 「삶·꿈·그리움」이란 이름을 붙였다.
5살적, 피아노 앞에 앉은 것이 악기와의 첫 조우였다. 한 음을 갖고 길게 노래하고 싶었지만, 피아노는 차라리 타악기에 가까왔다. 연습만 하면 졸았다. 동생 명훈이 피아노를, 또 명화는 바이올린을 너무 좋아했던 것과는 딴 판이었다.
노래 부르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그는 곧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악기」 첼로에 매료됐고, 시작 2년만에 서울대 콩쿨에서 우승했다.
열일곱살이던 61년 처음으로 미국이란 델 갔다. 줄리어드에서 일취월장해 가던 그는 거기서 3년 공부하고 난 66년, 차이코프스키 콩쿨에 나갈 뻔 했으나 『가면 납치된다』는 만류로 희망을 접었다. 68년 주빈 메타 지휘의 LA필과 협연 한 것이 「뉴스위크」에 크게 보도되면서 그의 화려한 경력은 날개를 달았다.
그 무렵 음반사 데카가 「정 트리오」의 취입을 제의, 그들의 첫 음반이 나왔다. 그러나 서로들 워낙 바쁘다 보니, 함께 작업할 시간이 1년에 겨우 1달 남짓.
오는 12월 MBC TV는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3형제 이야기를 각각 1회 씩 방영할 예정이다. 숨가쁜 나날 속에서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기억과 자료들을 망실하고 말았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들을 어떤 식으로든 주시한다. 이제 각각 마흔 여덟, 마흔 셋이 된 동생 경화, 명훈. 솔로이스트로 또 객원 지휘자로, 필라델피아와 파리에서 바쁘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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