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남산 1, 3호터널에서 실시중인 혼잡통행료 징수제의 성공적인 출발에 고무돼 있다. 지난 11일부터 실시한 혼잡통행료제도가 보름째로 접어들면서 남산 1, 3호터널의 통과차량이 25%이상 줄어들고 혼잡할 것으로 예상됐던 소월길 등 우회도로의 차량속도도 25%정도 빨라졌기 때문이다.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시는 저밀도아파트지구의 건축규제완화방안을 발표했다. 5층이하의 저층아파트를 25층까지 짓도록 허용한 이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반대여론이 빗발쳤다. 정치권조차 들썩거렸다. 5개 저밀도지구에 재건축이 허용되면 인구과밀에 따른 극심한 교통혼잡 등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산신도시와 맞먹는 7만가구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각종 부작용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10년이상 걸리는 재건축과정은 물론이고 재건축이 완성된 이후에도 교통난 쓰레기난 등 치유하기 어려운 「도시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어쩌면 강남지역에 「혼잡세」를 부과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여론이 일자 서울시는 매년 1만가구씩 재건축하는 순환개발방식을 골자로 하는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보완대책으로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 게다가 주민들이 보완대책에 반발하고 나서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됐다.
하나의 정책으로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재건축규제완화로 주민들의 오래된 민원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보다 많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혼잡통행료 징수도 마찬가지다. 교통흐름은 원활해졌지만 남산 1, 3호터널은 「귀족로」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중병에 걸린 환자가 아프다고 해서 마약주사만 놓다가는 환자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숙원사항이라고 해서 응급처방으로 재건축기준을 완화해주면 인근 지역의 시민들은 고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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