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의 조화통해 동서양 음악의 만남포스트모더니즘의 이 시대, 장르와 장르는 더 이상 망망대해의 뚝 떨어진 섬(도)이 아니다. 전통 장르의 개념은 파기, 서로 복합·변용된다. 90년대 이후 「시대 이념에 따른 새 양식의 음악」을 겨냥한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 충돌」.
정동극장이 지난 7월부터 펼쳐 오고 있는 문화의 실험장이자 이 시대 문화의 이념을 압축하고 있는 기획 공연이다. 지난 20일로 두 번째 회를 맞았다. 우리 장단과 재즈 어법이 충돌, 「제3의 소리」를 담금질해 내는 현장이다.
『본질은 떼어 둔 채, 변죽만 울리고 말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모르진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로운 음악 형태에의 요구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리스 리듬과 아프리카 리듬을 변형해 록과 접합해 낸 독특한 음악으로 지금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야니(Yanni)나 이니그마(Enigma)를 보십시오』
시리즈 공연 「문화 충돌」의 총사령탑 정대경씨(38·작곡가)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지금은 사물놀이를 중심으로 20인조의 굿패와 4인조 재즈 그룹이 협연하는 형태다. 「풍무악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재즈」가 그 충돌의 내용.
우선 무대 가운데에 사물놀이가 자리 잡는다. 왼쪽으로는 20인조 굿패 「땅울림」, 오른쪽로는 재즈 그룹이 학익진을 펼친다. 신디사이저, 드럼, 색소폰, 베이스로 이뤄진 4인조 신진 재즈 그룹 「그루브」다.
조상의 넉넉했던 삶과 시련의 시간 등이 고유의 풍무악과 재즈로 90분 동안 펼쳐진다. 「문화 충돌」이란 우리 것과 서양 것 사이의 길항 또는 생성을 뜻한다.
작업의 성패는 세계화의 가능성에 달려 있다. 민족 리듬이 어느 정도까지 세계화할 수 있는 지, 지금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악기와의 조화 여부가 그 관건이다.
장고의 박영주씨(34)는 『사물놀이와 재즈 그룹이 직면했던 최대의 문제는 우리의 3박자·5박자와 서양의 2박·4박과의 조화였다』고 돌이켰다.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식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서로 맞추는 데 급급하기 일쑤였다.
「문화 충돌」은 재즈가 우리 가락을 익혀 나가기로 했다. 고유의 칠채, 굿거리 등의 가락 양식과 죄었다 놓았다 하는 「맛」을 올 초부터 재즈가 체화해 갔다.
「그루브」의 피아노 박만희씨(25·연세대 작곡과3)는 『우리 북소리를 들으면 모르는 새 마음만 저만치 고조되기 일쑤였다』며 『우리의 풍성한 장단을 일일이 채보한 뒤, 코드와 멜로디를 구축해 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서구적 방식의 도움을 빈 우리 음악의 접근법이었다는 말.
「문화 충돌」 시리즈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문화 충돌이란 영원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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