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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백색공포’ 막아라/세계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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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백색공포’ 막아라/세계가 전쟁중

입력
1996.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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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후 국경개념 희박 무차별 확산인간의 정신을 황폐화하고 결국에는 폐인으로는 만드는 마약의 해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마약밀매는 점차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약에 탐닉하는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와 롯데그룹 신준호 부회장의 장남 동학씨가 히로뽕 코카인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19, 20일 각각 검찰에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요 마약 생산·유통국들의 실태, 마약의 종류, 이를 막기위한 국제적 노력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냉전종식이후 국제범죄조직들의 마약밀매 행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현 국제질서가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축소되고 자유무역체제가 정착함에 따라 국경이란 개념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마약 제조·밀매 행위를 근절키 위해 각국들은 국제 공조체제하에서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나 범죄조직들은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약 주시장인 미국의 마약단속국(DEA)을 중심으로 유엔마약통제본부(UNDCP)등은 각국의 마약유통현황과 소비자의 증가추세 등을 면밀히 검토, 새로운 밀매루트차단과 돈세탁 방지 등에 진력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의 판매 수익이 워낙 높아 범죄조직들도 필사적인 수출(?)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카리브해 국가를 비롯 도미니카, 남아공, 나이제리아, 중국, 베트남, 독립국가연합(CIS)소속국가, 브라질, 터키, 불가리아,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스위스 등이 새로운 마약밀매중계지로 각광받고 있다. 또 미국 등 북미지역 외에도 유럽과 동아시아가 마약의 중요 소비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마약급증의 한 원인중 하나는 마약중계지가 단속의 손길이 못미치고 있고 새로운 소비국들의 국민소득증가와 함께 국민들의 도덕 추락 및 쾌락추구 욕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장훈 기자>

◎생산·수출대국 콜롬비아/전세계 코카인 70% 공급/밀매조직 ‘칼리카르텔’/정부·의회까지 “요리”

콜롬비아는 전세계 코카인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마약 생산·수출대국인 동시에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코카인의 80%를 공급, 미국에게는 「눈엣 가시」같은 존재다.

콜롬비아 최대 마약조직 「칼리카르텔」은 지금은 세가 다소 약해졌지만 「제2의 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체포해 넘기라는 미국의 압력에 대응, 91년 의회가 내국인의 해외인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던 대통령후보 3명과 판·검사 기자 경찰 등 수백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인 마약사범 소탕작전을 펴 칼리카르텔의 두목 힐베르토 로드리게스 오레후에야(57) 등 간부급 6명을 검거했다. 하지만 이들은 교도소에서 바닷가재 요리와 위스키를 즐기는 것은 물론 여전히 코카인 밀매사업을 지휘하면서 형량까지 흥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오히려 로드리게스의 집에서 발견된 뇌물장부로 인해 의원 9명과 올란도 바스케스 벨라스케스 검찰총장 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에르네스토 삼페르 대통령마저 94년 대선때 610만달러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콜롬비아 의회는 최근 마약사범의 타국 인도를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칼리카르텔측의 변호사와 의원들이 「수감자는 인도 대상에서 제외한다」 「마약사범의 재산은 몰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며 물타기 작업을 벌이고 있어 법안이 통과 되더라도 그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한편 거물급들의 행동반경이 축소된 틈을 타 더 폭력적인 신세대 보스들이 조직을 장악해 가고 있어 마약수사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코카인 보다 가격이 10배 이상 비싼 헤로인의 밀수출이 급증, 2000년대에는 세계 최대의 헤로인 밀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생계를 위해 코카잎이라도 재배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지역 농민들의 빈곤문제와 미국인의 마약수요가 끊이지 않는 한 콜롬비아 마약밀매는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최서용 기자>

◎‘아편 최대기지’ 아시아/‘황금의 삼각·초승달’/총수요 95% 공급/최근 북한까지 가세

세계 아편 공급량의 95%이상은 아시아의 양대 「황금 산지」에서 생산된다. 미얀마 태국 라오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황금의 삼각지대」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접경 지역에 걸친 「황금의 초승달지대」가 바로 그 곳이다.

특히 16만5,800헥타르 규모의 광대한 「황금의 삼각지대」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헤로인의 70%를 공급해 온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 하지만 이 지역을 사실상 지배해 온 마약왕 쿤사가 올초 미얀마정부에 투항한 것을 계기로 아시아의 마약 공급루트에는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우선 「황금 삼각지대」의 마약 공급이 줄어든데 반해 「황금 초승달지대」의 생산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쿤사의 투항과 함께 강화한 미얀마 정부의 마약 단속으로 아편 공급이 감소기미를 보이면서 초승달 지대의 마약 재배가 더욱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각지대산 헤로인의 거래 중심지 태국에서 초승달 지대산 헤로인이 처음 적발된 것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헤로인의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삼각지대의 공급량이 떨어지면서 태국 암시장에선 최근 고순도 헤로인 1g의 가격이 지난해말 보다 무려 10배이상 오른 5,000바트(16만5,000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각지대의 마약 공급 감소가 계속될 지는 속단키 어렵다. 쿤사지배시절의 재고가 대량 남아있는데다 삼각지대중 위축된 미얀마의 생산량을 라오스 산지에서 보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얀마정부가 단속을 강화한 것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노린 유화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편 생산지역의 확산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최근들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소련의 일부 중앙아시아 공화국에서도 마피아가 아편 재배에 관여하고 있으며 북한도 조직적인 아편 생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캄보디아와 중국의 접경지역도 새로운 마약 루트로 대두하고 있다.<이상원 기자>

◎‘마약 백화점’ 멕시코/코카인 물량 줄어들자 ‘히로뽕’ 눈돌려/미주시장 80% 장악

멕시코는 미주대륙 마약유통의 중간기착지 및 가공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세계최대 소비지인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약류는 코카인에서부터 아편 헤로인 마리화나 등 다양하다. 지난해 멕시코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반입되다 적발된 코카인 한종류만도 210톤이나 된다.

최근들어 미국과 멕시코 당국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품목은 일명 「스피드」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즉 히로뽕이다. 미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93년 6월∼94년 12월중 136톤의 히로뽕원료(에페드린)이 멕시코로부터 수입됐는데 이는 1,200만명의 중독자들이 1일 3회씩 1년내내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양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의 찾아볼 수 없던 히로뽕의 밀매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 코카인원산지와 유통루트에 대한 미국과 해당국 정부들의 집중 단속으로 코카인의 물량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

또 미국내 갱조직이 유통과정을 완전 장악한 코카인과 달리 히로뽕은 시장이 넓고 제조에서 유통까지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수익률이 훨씬 높은 점도 또 다른이유다. 여기에 자국내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마약단속을 함으로써 부정부패고리가 낱낱히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멕시코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클린턴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마약단속자금과 인력 및 장비지원을 20분의 1수준으로 줄인 것도 큰 요인이 됐다.

현재 멕시코 최대의 마약밀수조직은 과달라하라지방의 「아메즈쿠아형제 카르텔」. 이들은 중국 인도 독일 체코등지에서 합법·비합법적으로 에페드린을 구입, 스위스 과테말라등지를 거쳐 수입한뒤 직접 히로뽕을 제조하거나 「티화나 카르텔」 「후아레즈 카르텔」같은 다른 조직에 공급한다.

특히 이들 멕시코계 카르텔은 가족들을 인질로 잡은 멕시코인들을 미국으로 잠입시켜 장사하는 방식으로 미국 히로뽕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김준형 기자>

◎어떤 것들이 있나

마약은 90년이전에는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였으나 90년이후 히로뽕의 유통증가와 함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편◁

아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양귀비의 설익은 열매 껍질로부터 추출한 우유빛의 천연마약류. 냄새가 없고 백색, 연갈색을 띠는 설탕형태의 작은 결정체다. 긴장 분노 공포 등을 억제하며 행복감과 도취감을 준다.

▷헤로인◁

생아편에 소석회 염화암모니아 등을 첨가해 가공한 모르핀 염기에다 초산 염산 활성탄 등을 섞어 화학처리한 것이다. 효과는 아편과 같다.

▷코카인◁

남미의 안데스산맥 고지대에서 자라는 코카나무잎에서 추출한 코카인알카로이드를 농축한 천연마약. 중추신경자극제로 약효가 빠르다.

▷크랙◁

코카인과 탄산나트륨 등을 물에 희석해 불로 가열한 다음 냉각시켜 추출한 백색 결정체. 약효가 코카인보다 수배나 되며 중독성이 강하다. 최근 각국에서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점때문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메스암페타민◁

일명 히로뽕. 1888년 일본의 나카이(장정)가 천식약으로 사용하는 한방약 마황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연구를 하다 발견했다. 초기에는 열광적이고 행복감을 느끼지만 약효가 진전되면 두려움과 혼돈에 빠지며 심한 경우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거나 자살한다.

▷대마초◁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 중남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라는 칸나비스속 일년생 식물인 대마의 잎으로 만든다. 북·남미에서는 마리화나로 불린다. 소량흡입시 풍족감, 이완감을 주지만 다량흡입시 환청 환각이 나타나며 자아상실에 이른다.

▷해시시◁

대마초에서 채취한 수액을 건조, 압착시켜 제조한 것으로 대마초보다 8∼10배 가량 약효가 강하다. 유사제품으로 음지에서 특수재배한 대마초의 수액을 대나무막대에 발라 피우는 타이스틱이 있다.<윤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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