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주택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잠실 반포등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 100만여평의 5층 아파트를 헐고 고층아파트를 짓도록 허용해 문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강남구가 지은지 15년 밖에 안된 10∼12층 아파트를 헐고 26층짜리를 짓도록 두 지구의 재건축조합 설립을 인가했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주변도로나 상하수도 등에 대한 아무런 보강책 없이 인가됐다. 이런 식으로 온 서울을 고층아파트 사막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아니고야 어떻게 할 생각인지, 정말 너무 놀라운 일이다.강남구가 재건축조합 설립을 인가한 삼성동 한 아파트의 재건축사업계획은 10층짜리 2개동(100가구)을 헐고 26층짜리 주상복합건물 1개동(144가구)을 짓는다는 것이다. 도곡동의 경우는 12층짜리 4개동을 헐고 20∼25층짜리 10개동을 짓는다는 것인데 가구수는 336가구에서 956가구, 용적률은 116%에서 336%로 각각 3배 가까이 늘게 된다. 구청측은 앞으로 건축허가 과정에서 용적률등을 재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합 설립인가는 사업계획의 큰 틀을 승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
관계규정에는 재건축은 지은지 20년 이상이고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 두 아파트의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하나 그간 2차례나 보류됐던 사유도 의문이며, 도시기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재건축사업 허가권이 구청장에게 위임돼 있는 것도 납득하지 못할 일이다.
우리가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연쇄적 악순환이다. 이번 조치가 선례가 돼 너도나도 초고층 재건축사업을 하겠다고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은 지금도 숨이 막히는 초과밀도시이다. 아파트 지을 땅이 동이 나자 주택건설업자들이 주민들을 부추겨 재건축·재개발사업붐을 일으킨 이후 95년말 현재 서울에는 재건축 5만2,892가구, 재개발 21만1,491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지어졌다.
스카이라인을 없앤 독립문·동소문지구 등의 초과밀현상이 그 결과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지어진 가구수보다 더 많은 재건축사업계획이 추진중이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볼품없는 아파트 녹지대와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초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면 경관문제는 차치하고 환경·교통·상하수도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내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도시기능이 마비되면 우리 모두가 파멸하는 공동피해자가 된다. 낡은 집을 헐고 다시 짓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속하는 일이지만 그 행위가 이웃에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 안전 때문에 헐려면 헐어낸 면적과 모양 그대로 다시 짓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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