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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얼굴/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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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얼굴/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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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덕수궁 앞을 지나다 습관처럼 멀리 북악쪽을 바라다 보았다.그 자리에 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옛조선총독부건물이 간 데가 없었다. 대신 광화문, 근정전, 북악을 중심축으로 한 경복궁의 모습이 손에 잡힐듯 저만치 펼쳐져 있었다. 잠재의식 때문인지, 그동안 길들여진 때문인지 시야에 잠시 혼선이 왔지만, 이내 경복궁의 실체가 온 몸으로 다가오면서 뿌듯한 무엇이 느껴졌다.

서울의 본래 얼굴이 바로 저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북악이 새롭게 보이고 무엇보다 마음속이 시원했다. 지난 13일 하오 옛조선총독부의 대회의장이 먼지폭풍 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수도서울의 심장에 박혀 있던 치욕스런 일제의 외형적 잔재 하나가 역사의 갈피 속으로 사라졌다.

1926년 10월1일 준공 후 꼭 70년만에 서울의 제얼굴이 되살아난 것이다. 총독부건물 3층에 있던 건평 100여평의 대회의장은 일제의 한민족탄압의 본산이었다. 일제가 대회의장의 위치를 이 곳에 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총독부건물로 경복궁의 숨통을 조이는 것도 모자라 정궁의 정전인 근정전의 이마를 짓누르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리라.

일제는 이곳에서 한반도 수탈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했다. 근정전은 글자그대로 조선왕조의 임금들이 신하의 조하를 받으면서 「부지런함」을 가르치고 스스로 채찍질하던 곳이었다.

문화재관리국은 내년 초 지하 3m안의 구조물까지 모두 철거한 뒤 그 옛날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던 금천을 복원하고 이 개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영제교도 새로 놓을 계획이다. 선인들이 광화문을 지나 실개천위의 이 다리를 건너 근정전으로 들어가던 모습이 눈에 잡히는 것 같다.

함박눈이 기다려진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펼쳐질 설경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흰 눈이 소복이 내려 앉은 북악과 근정전을 마주 보면서 저무는 한해를 정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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