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배급구조 개선/입장권 판매 전산화/외화수입 과당경쟁 지양을충무로가 첫겨울 날씨만큼이나 썰렁하다. 검찰의 지속적인 영화계 비리 수사가 영화인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원칙적으로 검찰의 수사와 그에 따른 처벌을 반대하는 영화인들은 없다. 대신 영화인들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태의 후유증을 걱정한다. 「자칫 한국영화계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구속된 서울극장 대표인 곽정환씨나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 등이 영화계에서 차지한 비중이 큰만큼 당장 공백을 메울 인물이나 대안이 없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결국 한국영화계는 갈수록 세력이 확장하고 있는 대기업과 미국직배사들에 의해 지배당할 것이란 얘기와 통한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태는 한국영화계가 해결해야 할 몇가지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배급구조. 영화법상에 영화배급업 규정이 없다. 단지 서울의 큰 극장을 중심으로 한 전국 극장라인이 비공식적으로 배급을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법에 배급업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거나, 부정의 소지가 많은 단매(극장에 필름을 파는 것)보다 제작사나 수입사가 극장에 직접 배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일부 극장에서만 시행중인 입장권 판매의 전산화도 시급하다. 전산화는 탈세와 문예진흥기금 누락을 방지하는 장치이다. 조희문씨(영화평론가·상명대 교수)는 『전산화는 신빙성이 전혀 없는 흥행성적이나 수익 등 통계를 정확히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못마땅하게 보는 과당경쟁에 의한 외화 수입가격의 턱없는 상승도 고질적 병폐이다. 한국이 외화시장에서 「봉」이 된 것은 93년 대기업들이 영화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부터. 삼성영상사업단은 오스카 픽처스, 대우는 서울필름, 선경은 미도영화사를 내세워 제작단계부터 뛰어들어 먼저 계약하려는 바람에 2∼3년 사이에 수입가격이 최고 10배까지 올랐다.
현재 우리의 외화 수입가격은 시장규모가 2배가 넘는 일본보다 높고, 절반규모인 대만의 5배이다. 일본은 영화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해놓은 수입 상한가를 지키고 있다. 우리도 대기업들이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이같은 합의를 했으나 서로 속이면서 가격 올리기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
그 결과 중소 영화수입사들이 몰락했고, 경쟁을 이용해 외국영화사들이 끼워 판 저질영화가 무더기로 쌓이게 됐다. 때문에 영화인들은 목소리 높여 『과당경쟁으로 인한 외화낭비를 줄이려면 먼저 대기업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일 397명의 영화인들이 모여 발표한 「영화를 둘러싼 최근정세에 대한 범영화인의 견해」의 주장도 이와 비슷하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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