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없어도 코미디는 많다. 코미디가 TV를 점령했다. 버라이어티 코미디는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를 잠식했다. 「장르파괴」란 이름 아래 드라마로, 토크쇼로 진출한 코미디는 중견탤런트들까지 웃음의 전도사로 둔갑시켰다.현재 코미디류로 분류할 수 있는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은 무려 21개(SBS 10개, KBS 6개, MBC 5개). 과장된 몸짓의 슬랩스틱 코미디, 반짝거리는 재치의 개그, 버라이어티 코미디, 드라마의 탄탄한 구성력까지 갖춘 시트콤. 코미디는 끊임 없이 모습을 바꾸며 웃음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주고 받는 비속어 섞인 대화 속에서 웃음은 허공으로 사라져 간다. 특정연예인을 소재로 한 억지웃음도 불쾌하다. 금기의 소재였던 정치와 성도 과감하게 끌어들였지만 맛깔스러운 풍자는 찾아볼 수 없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기도 하다. 심각한 것보다는 가벼운 것을, 이성보다는 감각을 선호하는 10대의 포로가 된 코미디 제작자들은 중복편성과 유사 프로그램 제작을 남발하고 있다.
웃음에는 시대와 인생이 녹아들어야 한다. 시대를 풍자와 저항으로, 인생을 여유와 해학으로 꿰뚫어야 한다. 진짜 웃음 뒤에는 언제나 시대와 인생이 남긴 「눈물」이 자리잡는다. 그래야 여운이 남는다.
우리 코미디의 웃음에는 그것이 드물다. 하지만 그들도 할 말은 있다.
『일주일에 2∼3번 씩 풀빵 만들 듯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데…』 연기자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겹치기 출연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더구나 구조적으로 호흡이 짧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메시지를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위기상황을 만들어낸 사람도, 위기상황을 헤쳐나갈 사람도 결국 코미디언이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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