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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음악 열풍 언제까지…/춤추느라 노래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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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음악 열풍 언제까지…/춤추느라 노래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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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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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음악에 립싱크가 판치고…/‘가요계 주인’ 10대 취향에 영합/서태지이후 4년간 독무대「듣는」 음악이 「보는」 음악이 됐다. 가수는 무대에서 춤추느라 정신이 없다. 몸을 격렬하게 흔들다보니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그래서 녹음에 맞춰 입만 벙긋거린다. 「립 싱크」(Lip Sync)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작곡가)이 아닌 기계(컴퓨터)가 음악을 「찍어」내고 있다.

댄스 음악의 열풍은 도대체 언제까지 갈 것인가.

92년 서태지가 랩댄스곡 「난 알아요」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댄스 음악이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가을 김종서 신성우 등 로커들이 인기를 끌자 역시 댄스 음악은 죽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요는 여전히 댄스 음악 일색이다.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영턱스클럽의 「정」, 터보의 「Love Is」, 언타이틀의 「책임져」, H.O.T의 「전사의 후예」, 스타일의 「슈바슈바」, 뷰 투의 「하이하이」, 스크림의 「천사의 질투」 등은 모두 댄스곡이다.

92년 하반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지난 4년간 가요계는 댄스 음악의 독무대였다. 서태지에 이어 듀스 노이즈 김건모 김원준 DJ DOC 박미경 룰라 R.ef 클론 등이 무대에서 춤을 추었다. 발라드도, 록도, 트롯도 모두 잠깐의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왜 댄스 음악인가.

그동안 대중음악의 토양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가요의 수용연령이 낮아졌다는 것. 지금 우리 가요는 10대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하다. TV 음악프로는 온통 10대들을 위한 댄스 음악 뿐이다. 주말에 쇼 프로를 보고 있자면 이름도 모를 비슷비슷한 댄스 그룹들이 춤추고 노래하다 끝나는 듯하다. 라디오에서도 10대가 아니면 맘 편하게 들을 노래가 별로 없다.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더더욱 없다.

지금의 10대들은 풍요 속에서 길러진 세대이다. 항시 새로운 자극을 좇는 이들은 음반시장의 가장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가요계에는 『히트를 하려면 중3을 잡아라』는 말이 있다. 실제 새 음반의 히트 여부를 알려면 중학교 근처의 레코드점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음악은 「중3 수준」이라는 말도 있다. 무엇보다 댄스는 10대들에게 새로왔다. 물론 이전에도 댄스 음악은 있었다. 그러나 서태지 이후의 댄스는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빠르고 자극적이다.

동아기획 김영 사장은 『서태지를 처음 들었을 때 이렇게 빠른 음악도 있구나 생각했다. 사람과 컴퓨터의 차이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소비층에 힘입어 음반 시장은 크게 확장되었다. 김건모는 「잘못된 만남」으로 미국에서나 가능할 듯 했던 100만장 판매시대를 열었다.

방송은 10대들을 부추겼다. 시청자와 청취자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과 프로그램은 황금시간대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직 10대들이라도 채널만 고정시킬 수 있다면 좋다는 식이었다. 무분별한 시청률과 청취율 경쟁의 결과이다. 립 싱크를 하는 것을 가수 자신이나 방송국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컴퓨터가 음악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 것도 모두 댄스 음악 이후의 일이다.

영세한 제작자들에게도 댄스 음악은 놓칠 수 없는 호기였다. 무엇보다 만들기가 쉬웠다. 보통 음반 한 장 만드는데 4,000만∼6,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댄스 음반은 2,000만∼3,000만원 정도면 된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노래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했다. 소리는 기계로 얼마든지 낼 수 있었다.

제작자들은 약간의 「끼」와 스타일만 받쳐주면 누구든 데려다 가수로 키웠다. 게다가 댄스 음반은 유행할 때 뿐, 다시 듣는 법은 없다. 비슷한 곡이라도 일단 10대들의 스타로 떠오르면 그 가수의 음반은 계속해서 팔렸다. 너도 나도 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 10장의 신보가 전해진다면 그중 6, 7장은 댄스 음악이라고 방송 PD들은 말한다.

댄스 음악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아무도 댄스가 죽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지나친 댄스 위주는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최근 방송계와 가요계에서는 미약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가요관계자는 『몇몇 쇼 프로그램의 자정 움직임과 라이브에 대한 달라진 관심, 댄스 이외의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 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과 신해철의 합작음반 「노 땐스」의 호조도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요평론가 김진성씨는 『지난 몇 년간 댄스 음악의 열풍은 사람들이 원해서라기보다는 무차별적으로 일방적으로 주어진 결과가 더 크다. 변화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수준있고 온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대중가요의 발전을 위해 가요방송과 제작사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지영 기자>

◎방송사 가요계에 ‘자정의 칼’/‘립싱크중’ 표시·10대 출연 자제/표절가요는 영구 방송 않기로

내년부터 댄스그룹들은 방송에서 곤욕을 치를 지도 모른다. 물론 노래실력이 없는 그룹의 경우다. 나이가 어리거나 표절 의혹이 있는 노래를 부르면 아예 출연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가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TV·라디오 PD들을 중심으로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풀어보려는 조용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KBS 2의 「가요 톱10」 후보곡 선정을 맡고 있는 TV 및 라디오 PD 15명은 지난 14일 모임을 갖고 가요계 자정의 칼을 뽑았다.

우선 출연 가수가 립 싱크로 노래하는 경우 「립 싱크 중」이라는 남부끄러운 자막을 내보내기로 결의했다. 또 10대의 무분별한 방송출연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되도록 출연을 자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 가요계를 멍들게 하는 표절 가요는 확인되는대로 영구적으로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KBS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내 제작지침을 마련, 이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한편 MBC의 「인기가요 베스트 50」은 이미 10월말부터 50% 이상을 「립 싱크」가 아닌 실제로 부르는 것을 내규로 정했다. 특히 1위 후보에 오르는 2곡은 「립싱크」를 배격하기로 결정, 시행중이다.

방송계의 이같은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지, 시행되더라도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무풍지대에서 잘 나가던 댄스열풍에 찬 물을 끼얹은 것 만은 분명하다.<박천호 기자>

◎댄스+트롯 ‘뽕짝댄스’ 인기/한국적 댄스음악인가 전통회귀 복고풍인가

요즘 댄스 음악을 듣다보면 유난히 귀에 잘 들어오는 곡들이 있다.

인기정상인 영턱스클럽의 「정」과 터보의 「Love Is」, 그리고 무섭게 올라오고 있는 신인 트리오 구피의 「많이 많이」 등이다. 리듬은 분명히 요즘 댄스곡인데 중간중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친숙한 멜로디가 흐른다.

이른바 「뽕짝 댄스」다. 모두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젊은 작곡가 윤일상의 곡이다. 지난해에는 「슈퍼맨의 비애」(DJ DOC)나 「다 포기하지마」(성진우)처럼 유명 팝송의 멜로디를 따온 듯한 댄스곡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분위기가 약간 바뀌었다.

댄스 음악에 거부감을 가진 기성세대들도 「정」같은 곡은 금방 따라부를 수 있다. 영턱스클럽이 무수한 신인들 중에 유일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10대 이상이 보여준 지지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10대 듀엣 아이돌도 트롯 대선배인 태진아와 합작곡을 준비중이다.

이러한 댄스와 트롯의 결합에 대해서는 세대를 초월한 한국적 댄스 음악이니, 댄스 음악의 쇠퇴를 예고하는 복고풍이라는 등의 분석이 있다.<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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