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파트너 물색/인력구조 개편/상품개발 등 ‘몸부림’은행이 달라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97년부터 금융시장이 개방, 은행권에도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국내은행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98년부터 은행 증권업에 대한 외국인의 현지법인 설립이 자유화하는데 이 경우 규모와 서비스수준에서 국내은행보다 10여년 이상 앞선 외국은행들이 순식간에 밀려들 전망이다.
국내은행들은 자본증액, 은행간 업무제휴,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덩치를 늘리는 한편 ▲인력구조 개편 ▲첨단상품개발 ▲재무구조개선 등을 추진, 경영을 내실화하는 양면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국내은행 종합기획부 관계자들에게 인수·합병은 탁상논쟁이 아니라 「현실의 선택」이 됐다. 정부의 금융기관 대형화시책이 워낙 강력할 뿐만아니라 은행측도 초대형 외국은행과 맞서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다른 은행들의 인력구조 점포배치상황 전산장비의 호환성 등을 파악, 합병파트너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은행권 주변에서는 합병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대상·시기·방법·장점 등까지 거론되며 나돌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자기자본비율인 8%를 맞추기 위해 하나은행이 해외에서 7,300만달러의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한 것과 최근 10개 지방은행이 은행간 공동통장인 「뱅크라인」을 내년 4월부터 개설키로 합의한 것도 규모를 키우려는 몸부림이다.
은행들의 내실경영 노력도 다양하다. 수출입은행과 보람은행은 인력구조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경쟁력제고 운동인 「EXIM 2000운동」을 추진중인 수출입은행은 부서별 경쟁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이달부터 295명 전직원에게 경영 여신 자금 조사 법규 정보관리 일반관리 등 7개 직군을 부여했다. 개방시대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보람은행도 기존의 기능위주의 조직에서 영업중심으로 조직구조를 개편했다.
고객만족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PC와 전화를 이용한 「사이버뱅킹」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는가 하면 금융겸업시대에 대비, 보험 증권사 등과의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조흥은행은 문자형 무선호출기로 계좌의 입출금내역을 조회하는 「문자삐삐」서비스를 세계최초로 실시했고 최근에는 신용카드 선불카드 직불카드의 기능을 통합시킨 IC카드를 선보였다. 주택은행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물품을 PC로 조회한뒤 대금은 통장에서 이체되는 「전자지불 서비스」를 이달중 실시한다. 한미은행도 보험회사와 제휴, 적금가입자에게 휴일 상해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보험연계상품을 판매하는 등 본격적인 「방카슈랑스(Bank-Assurance)」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용거래 불량자와 부실채권관리도 또다른 경쟁력강화 방법이다. 한일은행은 「고객별 채산성분석 기법」을 개발, 고객별로 금리를 차별화할 예정이며 조만간 부실채권관리를 전담할 자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 거래기간 및 거래량을 기준으로 우량고객에게 대출금리를 감면하거나 수수료를 면제하는 「주거래 보너스제도」를 도입, 실시중이다. 한편 외환은행 박준완 전무는 『금융시장개방으로 국내은행의 영업기반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전제한뒤 『은행들이 경쟁력강화에 소홀할 경우 자칫 도산의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며 자구책 마련이 급박한 은행사정을 설명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주택은 “특수병기 준비중”/과학적 고객관리 ‘신정보시스템’ 구축/대출 서명만으로 OK
은행권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리우는 주택은행은 금융시장 개방과 정보화시대를 맞아 과학적 고객관리를 위한 「신정보시스템」이라는 「특수병기」를 준비중이다. 또한 기존에 구축한 「지역밀착형 영업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계좌수를 기록한 「차세대주택종합통장(408만2,000좌)」, 최단기간(114일)에 1조원의 납입액을 돌파한 「파워월복리신탁(10월말 현재 1조50억원)」 등 잇따른 히트상품에 힘입어 1,2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기존 고객들을 놓치지않는 과학적 관리시스템을 구축, 개방시대에 맞설 계획이다.
주택은행은 선진국 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는 과학적 고객관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미래의 금융산업은 은행고객의 수입규모, 취향, 신용도 등이 은행정보시스템에 비축돼 새로 대출을 신청하면 간단한 사인만으로 대출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주택은행도 이와같은 「신정보시스템」을 만들어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은행정보시스템은 은행계정과목별로 정보가 분류되고 있으나 「신정보시스템」은 고객별로 정보가 통합·분류돼 고객의 이름만 등록하면 해당고객의 거래내역, 신용도, 수입원 등 각종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 시스템 가동이 시작되면 은행은 이 시스템을 통해 복잡한 서류제출절차없이 즉각 대출을 실시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주택은행은 또 그동안 잇딴 히트상품의 개발과 1,2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밀착형 영업전략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방자치시대에 맞춰 추진해왔던 지역환경정화사업 등 공공성이 강한 지역사회운동을 더욱 지원하고 영업장 회의장 주차장 등 영업시설의 일부를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고객들을 명예지점장이나 명예직원으로 위촉하는 영업전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종오 홍보실장은 『금융시장이 본격 개방되더라도 고객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서는 영업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며 『이를 위해 과학적 고객관리는 물론 고객의견 청취를 위한 고객의견카드제와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취약부문을 집중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사이버 뱅크’가 현실로/대출도 화상대화 통해 30분이면 OK/국민은 지하철 이대역에 설치 운영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건망증이 심한 K씨는 요즘 직장이 서울 신촌에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K씨는 늦잠을 잔뒤 지갑이나 통장을 두고 나오기가 일쑤인데 그동안 갑자기 돈이 필요할 경우 돈을 빌리려고 동료들을 쫓아다니는등 허둥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K씨는 지난달 18일부터 걱정이 없어졌다.
국민은행이 직장부근인 지하철 2호선 이대전철역에 「사이버 뱅크」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K씨는 이제 예금인출이나 대출 등 간단한 은행업무는 통장없이도 「사이버 뱅크」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몇년전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가상은행 즉 「사이버 은행」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K씨가 국민은행의 「사이버 뱅크」에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절차는 의외로 간단하다. 멀티미디어PC 고성능카메라 스캐너 등이 장치된 「사이버 뱅크」에 들어서면 멀티미디어PC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곧이어 남대문 구시경건물 4층에 마련된 「운영센터」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이 화면에 나타난다. K씨는 『대출상담과 예금을 인출하러 왔다』는 사정을 얘기한뒤 스캐너를 통해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전송한다. 그리고 업무가 처리되는 동안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30분가량 기다리면 모든 은행업무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K씨가 기다리는 동안 PC통신망과 국민은행의 운영센터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오가게 된다. 화면상에 나타난 K씨의 얼굴과 스캐너로 전송된 신분증의 사진이 대조되고 K씨의 주민등록번호로 파악된 여수신상황, 신용정보 등이 단말기로 쏟아진다. K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모아진뒤 거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20분뒤 떨어지면 K씨가 원하는 돈과 대출서비스의 승인통지가 통신망을 따라 광속으로 이대역의 「사이버 뱅크」로 전달된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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