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되는 지방도시 순수함/연민의 시선으로 그려내대도시의 각박함에 찌든 사람들은 흔히 조용한 지방 소도시의 삶을 꿈꾼다.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곳의 인심도 어지간히 풍파를 겪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소설가 최일남씨(64)의 신작장편소설 「덧없어라, 그 들녘」(고려원간)은 아름다운 것을 잃어가는 지방 소도시와 그속에서 살아가는 군상의 이야기이다. 언론사에서 해직돼 10여년간 지방을 떠돌아야했던 작가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소설로 옮겼다. 지방의 재력가이자 유지인 고달희 회장이 티켓다방의 아가씨를 호텔로 불러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삶의 다양한 편린들을 영화필름처럼 이어나간다. 시장 순대집의 번암댁은 고회장 승용차에 치인 아들 용석의 문제를 해결하려 동분서주하고, 간계한 고회장은 경찰서에 먼저 손을 써 가뜩이나 어려운 이웃을 더욱 고생스럽게 한다.
결국 이 소설은 고회장의 죽음과 사람들의 화해로 끝난다. 아직도 앙금처럼 남아있는 6·25때의 좌우익 갈등, 지역문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문화인의 고민, 지방대학생의 자조와 사회 비판의식등이 삽화처럼 곁들여져 있다.
「덧없어라…」는 최일남씨가 「하얀 손」을 발표한 이후 2년만에 내놓는 장편. 그는 『소도시는 헤프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에 알맞은 곳이다. 무수히 드나든 고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 묵힌 화제를 풀었다.』고 이야기한다.
문학에 있어서도 「튀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부풀어져있는 요즘, 정감있고 침착한 문장을 대할 수 있어 반갑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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