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강경해지고 군부 되레 유화적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유럽 확대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지도부에 의외의 강온 새기류가 형성돼 주목을 끌고 있다. 과거 구소련의 군사동맹국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을 적대국이던 나토가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궁극적으로 군대를 배치하는 이른바 「동방정책」을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해온 러시아군부가 최근 태도를 바꾼 반면 친서방적인 외무부가 강경노선으로 돌아서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파문을 던진 주역은 7월 중순 러시아 국방장관에 취임한 이고르 로디오노프 장군이다. 대서방 유화노선을 펴온 로디오노프 장관은 19일 마이클 포르티요 영 국방장관과 회담한뒤 『나토의 팽창정책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나토와 「평화의 동반자계획」서명 등 친서방적인 안드레이 코지레프 전 외무장관의 대외정책을 견제해온 보수적인 국방부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어서 러시아 안팎에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반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장관을 축으로 하는 외무부측은 나토의 팽창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대조적이다. 올레그 그리넵스키 주스위스 러시아대사는 최근 스톡홀름에서 열린 새유럽안보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나토의 동유럽확대는 현 유럽안보 구도의 혼란을 초래, 결과적으로 핵의존도와 핵전쟁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군부와 외무부측의 상반된 입장은 기본적으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유고와 이에따른 정책부재에서 비롯된 현상이지만 「강력한 러시아 건설」의 기치를 내걸었던 알렉산데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 서기의 해임으로 인한 영향도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레베드의 뒤를 이은 이반 리브킨 안보위서기가 최근 러시아의 나토가입을 검토하자고 나서다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예산부족으로 벼랑에 몰린 러시아 국방부로서는 나토와의 대결보다는 「나토 팽창 무해론」의 주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인식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군은 현재 필요한 경비를 자체 조달하기위해 군사학교 건물 등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등 위기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토측도 러시아에 못지않게 내부적으로 구조개혁에 진통을 겪고 있다. 나토의 유럽화를 주장하는 프랑스와 기존의 주도권을 계속 장악하려는 미국간의 「힘겨루기」양상에다 회원국간에 해묵은 민족감정마저 뒤얽혀 구조개편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나토측은 내년 중반 특별정상회담을 열어 구조개편작업을 매듭지을 계획이나 회원국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 현재로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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