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로 펴는 외교내조/음식솜씨는 시어머니 대물림/“맛있는 김치 담그는 법도 인터넷 통해 배웠어요”『닭고기요리경연대회에서 1등했다는 기사를 읽고 아들의 태권도사범이 축하전화를 했더군요. 한국인들이 정이 많다더니 정말인가봐요』
주한 슬로바키아대사관 스타니슬라브 리포브스키 문화담당 2등서기관(34)의 아내 야나 리포브스카씨(32)는 12일 한국계육협회가 주최한 주한 외교관 부인 대상 닭고기 요리경연대회에서 상을 타면서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아들 로버트(9), 딸 데니사(3)와 지난 8월 한국에 첫발을 디딘 그는 『처음 참가한 행사에서 1등상을 받아 출발이 좋다』고 웃는다.
상을 받은 「스터핑(stuffing)이 된 닭구이」는 시어머니한테 배운 것. 시어머니는 집 근처 요리학교에 강사로 나갈 정도로 음식솜씨가 좋으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을 탈 정도의 실력이면서도 남편한테서 음식투정을 받는다. 남편인 스타니슬라브씨는 『어머니 덕에 요리방법도 내가 더 많이 알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하면서도 요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청소는 잘한다.
브라티슬라바 국립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은행에 근무했던 야나씨는 외교관부인으로 주부생활을 하다보니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김치 만드는 법도 익혔다. 『맛있어서 시어머니한테 일러드리려고요. 우리 시댁의 농장에서도 이런 배추를 기르거든요. 슬로바키아에서는 샐러드로만 먹었는데』 교사는 한국인이 아니라 인터넷. 외국인을 위해 개설된 김치사이트를 찾아내 담그는 법을 알아냈다.
고국이나 5년동안 살았던 핀란드와 비교하면 서울은 물가가 너무 비싼 것이 흠. 고국에서는 오페라나 음악회같은 문화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서울에서는 한국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구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와한다. 핀란드에서 한국에 관한 안내책자를 겨우 구하긴 했는데 너무 오래된 것이라 서울에 와보니 현실과는 많이 달랐더라고 전한다.
야나씨가 서울에서 문화생활을 못 즐기는 또다른 이유는 직원이 4명뿐인 대사관의 업무를 돕기 위해 비서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슬로바키아대사관이나 그 2층의 살림집에서 노랗게 물든 주변의 경관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93년 1월1일로 체코와 분리된 슬로바키아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나라. 하지만 8월에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었을 정도로 한국의 투자가 많은 나라이다.
『공업이 발달한 체코에 비해 농업에 의존하는 슬로바키아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편이죠. 분리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져서 분리를 주도했던 블라디미르 메치아르 수상의 얼굴이 찍힌 껌이 나오기까지 했어요. 그 껌을 씹는 걸로 불만을 표현하는 거지요. 사람들이 느꼈던 불안감에 비하면 잘 해나가는 편입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4%에 인플레이션은 5∼6%라서 주변 국가에 비해 좋은 편입니다』고 남편인 스타니슬라브씨는 말한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앤디 워홀도 바로 슬로바키아인. 죽으면서 재산과 작품을 조국에 기증하여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워홀미술관이 세워졌다. 스타니슬라브씨는 『체코 못지 않게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은 슬로바키아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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