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 눈먼 ‘작은 옐친’/개헌 악수로 사면초가집단농장 출신의 무명인사에서 「반부패 운동가」로 명성을 얻어 일약 권력의 정점에까지 오른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41)이 장기집권에 눈이 멀어 국가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94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독재자의 모습을 점차 보이기 시작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최근들어 자신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고 98년으로 끝나는 대통령임기를 2년 더 연장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 못지 않은 권력욕으로 「작은 옐친」으로도 불리는 그는 국민투표를 통해 권력을 강화한 옐친의 전례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24일로 예정된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의회가 탄핵을 추진하는가 하면 자신의 오른팔격인 총리가 사임하는 등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들로부터도 개헌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그러나 루카셴코는 구소련시절의 강권통치 향수를 못잊어 장기집권의 욕심을 고집, 개헌 국민투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결국 벨로루시에서는 93년 10월 대통령을 탄핵한 의회를 대통령이 무혈진압했던 러시아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는 부패척결 및 러시아와의 유대강화를 내세워 94년 벨로루시 최초의 민선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강압적인 통치를 해왔으며 올봄에는 러시아와의 동맹체결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200명 이상 투옥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나에게 권력을 주었기 때문에 권력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큰소리치는 루카셴코의 시대착오적인 국정운영이 벨로루시를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