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5개지구 저밀도아파트 재건축계획에 대한 문제점들이 거세게 제기되자, 서울시는 계획발표 3일만에 서둘러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5개지구 저밀도아파트의 재건축 용적률을 285%까지 허용, 25층까지 초고층아파트로 일시에 재건축한다면 7만가구를 수용하는 건축물량에 해당한다. 이정도의 건축물량이면 일산 신도시규모와 맞먹는 것이다.이런 설익은 계획을 앞뒤 생각없이 덜렁 발표했다가 물의가 일자, 부랴부랴 보완대책을 내놓은 서울시의 미숙한 발상은 그래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건축 계획만큼이나 성급하게 마련한 보완대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 미봉책에 불과하다. 서울시 행정력이 이정도밖에 안되는가 해서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보완대책중 5개지구가 동시 다발적으로 재건축을 하게 될 때 불을 보듯 뻔한 자재난·교통난·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재건축기간을 11년으로 장기화했다. 재건축 물량도 연 1만가구 규모로 제한하고 또 지구별로 1년간격의 시차를 두고 착공케 한다는 것이다. 그런대로 괜찮은 보완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분명한 방침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대표적인 것이 핵심적 문제로 제기됐던 285%의 과다한 용적률과 25층의 초고층화에 대한 분명한 개선방안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주택국장의 말로는 경관보호를 위해 재건축아파트를 비스듬히 배치하면 용적률과 초고층화가 완화될 것이라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고밀도에 있는데 비스듬한 배치 운운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수익자부담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인접도로와 공원부지확보에 따른 부담을 입주자들에게 지우겠다는 것도 말처럼 실행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도로의 경우만 봐도 5개지구 재건축에 따른 교통난 완화를 하자면 114㎞의 연계도로를 확충해야 한다. 소요재원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중 얼마만큼의 비용을 입주자에게 지울 것이며, 이제까지 도심재개발사업에서 전례가 없던 일을 5개 저밀도 지구에만 적용한다는 것이 가능할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불발에 그칠게 거의 틀림없다.
이보다 더 기본적인 문제가 따로 있다. 서울의 도심재개발을 위한 장기기본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자면 도심재개발을 위한 장기구상을 담은 기본계획을 먼저 만들고 그 계획에 맞춰 지구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해야 멋지고 짜임새있는 살기 좋은 미래의 서울을 만들 수 있다. 지구별재건축을 서두르기 전에 서울의 미래상을 조망하는 기본계획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야심찬 도심재개발기본계획을 세우자면 그 계획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나 주민 또는 지역이기주의를 먼저 배제하는 것이 첫째 급선무일 것이다. 민선시정이 도전해 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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