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쟁력 10%이상 높이기」 대책이 속속 구체화하고 있다. 18일 김영삼 대통령이 주재한 보고회의에서 한승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보고한 실천과제중 기업의 현금차관 확대, 의무고용제의 원칙적인 폐지, 연·기금의 운용통제 강화 및 주식투자 증대 등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이익을 높여 줄 수 있는 과감한 조치라 하겠다.그러나 잘못 운용되는 경우 국민경제에 커다란 주름살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가지불(Trade Off)이 크다. 지금까지 역대 경제팀이 손을 대지 않았던 것도 위험부담의 잠재성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 주사위를 던졌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데 최우선을 뒀다. 나라의 경쟁력은 역시 기업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부작용을 극소화해야 한다. 다른 정책도 그렇겠지만 특히 경제정책은 역작용이 있게 되면 순작용을 무력화시켜 정책의 실패를 초래하기 쉽다. 이번 경쟁력강화 조치에서도 부작용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일단 일을 벌인 뒤에 뒷마무리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 사전에 대비하는 치밀성을 보여줬으면 한다.
현금차관의 경우 정부는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국산기계 구입과 시설재도입에 상업차관을 허용하고 지방 자치단체에 현금차관을 허용한다고 해놓고 있다. 통화증발 효과와 직결되는 현금차관에 대해서는 15개 광역지자체당 1개 사업을 원칙으로 핵심인프라사업과 긴요한 도로사업에 한해 허용한다고 상당히 제한을 두고 있다. 내년도중 도입한도는 총 5억달러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통화증발 효과는 현금차관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업차관의 규모도 따져 봐야 한다. 정부는 기업에 대해 내년도 35억달러의 외자 도입 허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대로 도입되면 약 10조원의 통화증발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물가에 대해 엄청난 상승압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당국은 물가에의 파급영향이 크지 않게 효율적으로 통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년도에 대통령 선거라해서 정치논리가 앞선다면 외자도입에 의한 통화 인플레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 점이 경계돼야 한다.
또한 고용의무제의 실질적인 폐지는 현재 취업하고 있는 열관리자 등 각종 기술자격증소지자(43만명)의 무더기 감원사태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에도 불황에 따른 감원이 심각하다. 사회적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도 고용의무제의 완화조치는 단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 폐지가 기술경시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연·기금의 주식투자유도는 우리 나라 여건으로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주식투자에도 상당 수준의 배당수익이 보장되도록 하고 또한 극심한 투기의 위험을 배제할 수 있는 보호장치부터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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