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 중에서 어느 것이 중요한가. 앞이 물론 중요하지만 뒤도 앞만큼 신경을 써야 하기에 앞과 뒤라는 말이 붙어 다니는 게 아닐까.그러나 정부의 모든 일은 앞만 보고 이루어진다. 앞에 보이는 일 만들기에만 급급하고 뒤에 남는 대책과 처리는 안중에도 없다. 서울시는 저밀도 아파트지구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이른바 제2의 강남개발을 선언했다. 고만고만한 범위내에서 무려 972동의 콘크리트 아파트를 거의 동시에 헐어내는 데 따른 교통과 환경, 물량공급 등의 대책은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아마 재개발계획은 어떤 형태로든 당초의 발표대로 되기 힘들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경부고속철도 건설계획을 6년전에 발표했다. 건설과 교통측면을 충분히 감안, 지도를 봐가며 주요 도시를 죽 연결해 노선을 확정했다. 얼마 남지 않은 문화재나마 보호해야 한다는 간단한 생각을 못해 아직까지도 경주 인근의 역사와 노선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아마 환경과 생태계 등의 문제로 한 두번쯤 더 「6년」의 뒤처리가 필요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효율성을 앞세워 약사들의 한약조제권을 인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뻔한 한의학계의 반발 때문에 약사의 한의학조제시험이라는 절충안을 다시 발표했으나 그것마저 뒤탈이 생겼다. 지금까지 해결을 못 보고 있으며 아마 그동안의 알력만 해소하는 데도 지금보다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교육부는 집권여당과 치밀한 협의를 거쳐 앞으로 시·도교육감을 임명제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출과정에서 생기는 부조리를 없애야겠다는 생각만 앞섰지 그것이 교육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아마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입시의 부활얘기를 꺼냈을 때 국민들은 아마 그렇게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청은 얼마전 이를 없었던 일로 돌린다고 다시 발표했다.
제발 앞만 위만 쳐다보지 말고, 뒤도 생각하고 아래도 염두에 두면서 좀 살아 보자. 정부의 뒤처리에 끌려다니느라 국민들이 힘들어서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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