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거짓 얼마만큼 진실일까/탄탄한 구성력 과연 직접 썼을까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출판계. 그러나 드라마 「애인」은 거센 신드롬을 일으켰다. 일견 무관해 보이는 두 현상, 그 최대공약수는 지금 우리의 성감대이면서 아킬레스건이다. 불황 타개의 현실적 해법? 그것은 바로 실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벼운 읽을거리.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잘하면 「베스트셀러」 딱지까지 붙는다.
김기태 광주대 강사(출판학)는 근간 「출판저널」 시평에서 현 출판계에 만연한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미소 한 잔 눈물 두 스푼」 「애첩기질 본첩기질」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 등 단행본에서 「별을 쥐고 있는 여자」(전 3권) 「장미와 샴페인」(전 2권) 등까지, 「씩씩한」출판 페미니즘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도해 보이는 저 흐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군데군데 허술한 틈새가 눈에 띄고야 만다. 그런 책들은 「도덕적 불감증」과 「대필 혐의」의 치외법권 지역에라도 있다는 말인가.
김씨에 따르면 「자전」 「고백」 「실화」 운운하는 단서들을 달고는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독자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까 의심스럽다. 「약속된 거짓」이란 진실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것이다.
게다가 깔끔한 문장, 전업작가의 글 뺨칠 정도의 극적인 구성력도 겸비했다. 이쯤 되면 그토록 특별난 삶을 산 사람들이 과연 직접 그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대목에서 「대필」혐의까지 부각된다.
허구를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종의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하다 보니, 윤색 풍토도 당연한 귀결이다. 베스트셀러가 곧 좋은 책일 수 없게 하는 까닭이다. 진실에 입각해 스스로 고쳐 쓰고 다듬어 개정판을 낼 용의는 없는 지, 김씨는 묻고 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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