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어로 「하늘의 금속」이라고 하는 철에 대한 인간의 집념은 먼 옛날부터 이어져왔다. 철이 동이나 청동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고대 이슬람세계에선 마를 물리치는 금속으로 떠받들어지기도 했다. 철의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는 운석을 일부종교에서 신성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철을 지배하는 자는 패자가 된다고 한다. 이때문에 철은 예부터 정치와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었다. 철로 농기구등 생활도구와 무기를 만들면 국력을 키우고 적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앗시리아제국이 오리엔트를,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것도 철을 잘 활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도 이같은 흐름에서 살펴볼 수 있다. 90년 경주 황성동에서 발굴된 제철소 유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94년 충북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에서 제철소와 제련소 등의 유적이 발굴된 사실만으로도 우리민족이 철을 많이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합금이 많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철의 중요성이나 이에 대한 인간의 집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포항제철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나라마다 제철산업을 국가발전의 한 상징으로 생각하고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산업의 받침없이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현대제철소 허가문제가 크게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현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정부가 반대의 입장을 단호하게 표명한 이례적인 행위가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양쪽의 움직임을 보면 철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함과 함께 정치와 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현대의 제철사업을 막으려는 정부나 이를 끝까지 실현하려는 현대측의 움직임 속엔 철에 대한 묘한 「집념」이 느껴진다. 그 집념의 실체가 궁금하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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