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 기구중 생산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가장 먼저 폐지해야 할 기구를 고른다면 단연 윤리특별위원회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 구실을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국회의원들의 몸가짐―도덕성을 감독하는 기구인데도 안경사협회로부터 이성호 전 복지부장관 부인의 거액수뢰, 홍인길 의원 등에 대한 자금전달 등 잇단 비리의혹으로 여론이 들끓는 데도 꼼짝 않고 있다. 직무유기정도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배신행위다.국회의원의 윤리규정 제정문제가 제기된 것은 13대 국회 상공위원들의 뇌물외유사건 때문이었다. 국민의 지탄이 빗발치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자계한다며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채택했다. 5개항의 강령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공익우선의 성실한 직무수행과 함께 모든 공사행위에 책임질 것을 다짐했고 15개조의 실천규범은 의원품위유지와 함께 직권남용과 직무관련 금품 등의 취득금지를 명기했다. 아울러 국회법에는 「윤리와 징계의 장」을 보강했다.
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윤리법규가 제정된 이후 여러차례 의원비리가 있었음에도 단 한번도 징계를 한 기록이 없다. 94년 가을 노동위의 돈봉투사건만 해도 회사측이 분명히 돌렸다고 했는데도 어물쩍 심사하는 시늉만 했고 15대 국회들어와 의원폭행과 부총무단의 고급양주밀수사건은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는 엄격한 미 상하원윤리위의 활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윤리규정을 어겼을 때는 절친한 동료는 물론 같은당 소속의원까지도 가차없이 고발하고 징계한다. 80년대말 저서를 과도하게 판매했다는 등의 혐의로 짐 라이트 하원의장을 축출한 것은 유명하다.
공익우선과 책임을 거창하게 다짐하고도 비리를 외면하는 것은 위선이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차라리 민주주의에 관한 경험이 일천했음에도 50년대 우리국회는 각종 경미한 비리는 물론 무단결석과 지각의원들까지 가차없이 출석정지 등의 징계를 단행했었다. 그처럼 국회의 권위를 지켰던 노력이 아쉽기만 하다.
국민의 요구는 간단하다. 안경사협회의 자금과 관련된 의원들을 모두 윤리특위에 회부해야 한다. 그래서 이성호 전 장관은 정말 수뢰를 몰랐는지, 「후원금」이라고 받은 의원들은 적법하게 받은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되자 부랴부랴 영수증을 써준 것인지 등등을 엄중 심의한 후 징계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윤리특위에 징계심의회부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장은 이제라도 선택해야 한다. 윤리특위를 가동시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아니면 윤리강령 등을 계속 무용한 장식품으로 지속시킬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여전히 비리를 외면하겠다면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않기 위해서도 모든 윤리규정 등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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