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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NC 스타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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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NC 스타론:3)

입력
199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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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쿨의 더께를 벗고 인간적 연주를 하고싶다피아니스트 백혜선씨(31)는 국제 콩쿨을 통해 바깥 세상과 만났다. 24세이던 89년 미국의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한 이래, 언제나 1등 아니면 2등이었다. 지금까지 모두 여섯 차례. 그 나이에 전례 없던 일이다.

특히 94년 러시아 최대의 자존심이라는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심사위원단의 4시간 격론 끝에 「1위 없는 공동 3위」를 따낸 일은 「사건」이었다. 백건우·정명훈 이후 20년 만의, 더우기 「한국」이라는 국적을 앞세우고 나가기로는 처음이었다.

피아노에서 유달리 까다롭고 텃세 심한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토박이의 콧대를 눌렀으니, 뉴스 중의 뉴스였다. 「스케일이 크면서 동시에 섬세하다」, 「드라마틱하다」 등 전방위적 평이 줄을 이었다. 본인은 「차고 뜨거운 것이 공존한다」는 평을 가장 맨 앞에 꼽는다.

스타는 사방에서 쇄도하는 수요를 감당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스타로 뜬 이상, 삶은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그는 그 「운명」을 뒤늦게 체감했다. 지난해 미국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깅그리치」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에 대한 수긍이었다. 그후로는 연주 스케줄, 대언론 활동 등 일거수일투족이 거기서 짜여진 대로다.

서울대 「개인 레슨 교수」로서 지난 9월 입국한 그는 오는 12월까지는 이곳에 있을 작정이다. 큼직한 공연, 학기당 10명의 개인별 레슨, 언론의 원고 청탁 등 일은 쇄도하지만, 그래도 고향이 좋다. 신분은 조교수지만, 학생으로 되돌아 가는 기분이다.

한국인으로서는 국제 콩쿨과 가장 인연 깊은 그의 국제 콩쿨관(관). 『국제 콩쿨이란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기계화·평준화한다. 서양서는 국제 콩쿨이란 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동양, 특히 한국은 등수 매기기를 유달리 좋아 한다』 콩쿨로 상징되는 모든 더께들을 그는 이제 막 벗고 있다.

딱딱한 학구파인 줄로만 알았던 알프레드 브렌델이 얼마 전 리스트를 「너무나 인간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듣고는 기절할 뻔 했다. 이제 그런 소리를 갖고 싶다.<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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