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비디오 등 방대한 자료 토대/조선시대이후 매매춘 역사 해부『세상의 그 누구든 자신을 팔지 않고 사는 이들이 있을까마는, 살과 살을 직접 비벼대며 일순간 「마비적 노동」의 대가를 주고 받는 사람들처럼 은밀하게 존재하는 경우도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매춘행위의 은밀성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권력과 매춘」(인간사랑 간 1만7,000원)의 저자 박종성 서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43)의 서두는 사뭇 도발적이다.
양팔이 묶인 채 검은 스타킹만 신은 나신으로 꿇어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을 표지 사진으로 한 책은, 얼핏 좌판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간때우기용 싸구려 소설이나 정치 뒷이야기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 해방공간을 지나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와 문화, 법과 제도에서 나타난 매매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묵직한 학술서적이다. 주만도 60여쪽, 전체 분량이 450여쪽에 달한다.
미셸 푸코, 조선왕조실록, 장정일 등 국내외 작가의 소설, 에로비디오, 영화, 관련 언론보도 등 방대한 자료를 종횡무진으로 동원하면서 우리 사회 매매춘의 역사와 구조를 파헤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음습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저자는 통상적 학술논문의 어투와는 다른 거침없는 수사를 구사한다. 『어디서도 드러내 놓고는 몸 파는 곳 없는 땅. 그렇지만 그 어디서든 몸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된 이 기형의 땅. 이 새삼스러운 현실 공간을 앞에 두고 이 책은 출발한다』
여기서의 권력이란 물론 특정 정치세력이나 집단이 아닌 푸코가 말한 「병원이나 감옥, 그리고 국가를 감싸고 있는 권력의 억압기제」의 통칭이다.
『매춘시민들은 그렇다 치고, 대체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자들의 표피적 불가항력이나 결과론적 침묵의 항의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외면―묵인―방조한 혐의는 새로운 범죄사실로 성립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묻는 저자는 이런 결론에 이른다.
국가는 매매춘시장의 속성을 있는대로 모조리 파악하고 있다. 완전한 단죄가 안된다면 혐의있는 범죄만을 한정 단죄하고 발을 빼는 것이 인습적 「엄숙주의」이데올로기 명분이나 권력의 허구적 위엄에 가장 부합한다. 대중보다 더 나을 것 없는, 아니 경우에 따라 훨씬 더 타락적인 국가과 그 외피 안에 옹송거리며 숨어있는 권력의 실체는 매매춘 현장에서 오가는 돈보다도 깨끗하지 않다….
박교수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매매춘 구조를 「계산된 오류」와 「공인된 타락」으로 구성된 「방임의 정치경제학」이라 규정했다. 저자는 94년에도 「한국의 매춘」을 출간하는 등 이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왔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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