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이 지난 15일 한국신문편집인협회 주최 조찬모임에 나와 잠수함사건으로 빚어진 남북관계 긴장강화사태와 남북대화 전망에 관해 연설한 후 언론인들의 질문을 받았다. 낙관론을 폈다.남북관계가 잘 풀릴 것이라는 낙관론의 근거로 그는 첫째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들었다. 북한은 지난 50년간의 남북대결사에 중대한 도발행위를 여러번 했지만 이번처럼 그 도발행위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아웅산사건이나 KAL기 폭파사건 때와는 달리 침투잠수함이 북한 것이고 승무원 역시 북한군이라고 밝힌 것은 뭔가 태도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권부총리는 말했다.
둘째 근거는 현실이 달라졌다는 것. 북한은 핵카드로 미국과 세계를 자기방향대로 끌고 다니는 성공적 외교를 해오고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 결과가 결국 인민을 굶어죽게 하는 패배를 가져와 외부적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권부총리는 북한은 결국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한 사과발언을 해 올것이라고 내다봤다. 5∼6개월 이내에 남북대화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통령은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북한이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경수로건설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 일본, 유럽국 등이 걸려 있는 국제적인 경수로 협정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했는데 권부총리는 북한의 사과로 문제가 풀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하고 미국은 이것을 갖고 한국으로 하여금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논리를 일축했다.
권부총리의 낙관론은 언론인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통일원에 전문가 그룹이 약해지고 있는데 과연 그런 참모진을 갖고 북한의 지속적인 대남전략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부처간의 의견조정은 순조롭게 되고 있는가, 한미공조체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권부총리는 장기적으로 볼때 한국이 북한보다는 역사의 진행방향에 보다 가깝게 서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말하고 다만 한반도통일은 분단이 그랬던 것 처럼 한국인 스스로 만들기 보다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들이닥칠 열매를 주워담을 그룻만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독일통일도 바로 소련제국의 붕괴라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의해 온 열매라고 권부총리는 해석했다. 사상논쟁에 관해서는 매우 관용적인 견해였다. 한총련학생들의 주체사상문제에 대해 말하면서 그는 민주주의는 다원주의이기 때문에 기존체제를 부인하는 사상까지도 인정하는 것이 철학적으로는 옳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법의 한계성같은 것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남북문제를 느긋하게 볼 수 있다면 권부총리의 낙관론은 그런대로 공감을 받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상황은 그렇게 느슨하지 않다. 북한인민은 지금 극심한 기아상태에 직면해 있고 김정일정권은 곤경탈출법으로 전쟁위협으로 한반도정세를 몰아가고 있다. 과거 서독은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을 전제로 동독경제를 먹여 살리면서 시간을 기다렸었다.
한국은 북한인민을 기아로부터 살려내야 하고 동시에 전쟁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다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체제를 반대하는 사상까지도 수용하는 다원론적 철학을 갖고 환경변화를 기다린다는 권부총리의 통일관은 아무래도 통일원장관의 통일관이 아닌 한 국외자의 수필처럼 보인다.<정일화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소장>정일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