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 러시아 어디로 가나/수술후 권력 재장악 지연 경제·사회불안도 위험수위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17일로 집권 2기 출범 100일을 맞는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심장병의 악화로 공석에서 모습을 감춘 옐친 대통령은 그동안 수술을 전후해 모스크바 중앙병원과 모스크바 인근의 바르비하 휴양지 등을 옮겨 다니는 「얼굴없는 대통령」에 머물러 엄밀한 의미에서 집권 2기는 「개점 휴업」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심장수술 준비를 위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 권한 일부를 이양하고 수술대에 오르기 직전에는 전권을 위임하는 등 권력의 공백상태를 초래, 크렘린을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렸다.
그는 권력투쟁에 앞장선 알렉산데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 서기를 지난달 17일 해임하는 등 정국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으나 불안정한 「수술정국」을 반전시키는데 실패했다. 최근 「러시아 여론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레베드의 국민지지도는 선두를 기록한 반면 옐친 대통령은 수술후에도 인기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옐친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는 최소한 6주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해 내년초께야 진정한 집권 2기의 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 정계는 그의 집권 2기 100일동안 놀랄만한 변화를 겪었다. 대선 1차투표이후 승승장구하던 레베드가 권부에서 쫓겨나고 옐친 대통령의 가신그룹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크렘린을 떠나 권력핵심층의 면모가 크게 바뀌었다. 특히 「가신그룹」의 핵심세력이었던 빅토르 일류신 비서실장은 부총리로 입각하면서 대통령 곁에서 멀어졌고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전 경호실장은 반옐친세력으로 돌아섰다. 그 빈자리에는 대통령의 차녀인 타치아나 디아첸코와 영악한 전술가 아나톨리 추바이스 크렘린 행정실장이 들어섰다.
경제적으로는 대선 후유증인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비롯해 임금체불사태, 극동지역의 에너지난이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마피아 세력들이 날뛰는 법질서의 붕괴조짐마저 보인다. 특히 마피아 세력은 자신들의 이익보호와 세력확대를 위해 각종 테러를 저지르면서 러시아 전역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이같은 혼란양상은 옐친 대통령이 크렘린에 복귀하는 내년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국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수술후 회복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 조속한 정국안정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지난 6개월여에 걸친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않은데다 과거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되찾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의 집권 2기는 계속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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