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쟁위험지역” 악명 우려/타국은 외교채널 동원 항의·수정 노력/우리정부선 뒷짐… 공륜서 삭제판매만「인천에 기습상륙한 북한이 경남 창원까지 침공. 남한의 전쟁수행능력이 전무하다고 판단한 미국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한 기동함대 파견. 미군, 원산 등 북한 주요도시를 대규모 폭격. 북한, 미 기동함대와 일본에 핵미사일 발사위협으로 3차세계대전 발발위험. 미군, 스텔스전폭기로 북한미사일 기지와 김일성 주석의 리무진을 기습폭격해 전쟁종결」
전세계 게임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A―10탱크킬러2」라는 전쟁시뮬레이션(모의실험)게임의 시나리오다. 한 해에 1백편 가까이 출시되는 전쟁시뮬레이션게임의 90%이상이 한국을 이처럼 테러, 전쟁위험지역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리진, 일렉트로닉 아츠, 스펙트럼 홀로바이트 등 미국의 대형 게임제작업체는 가상적국으로 즐겨 사용하던 소련이 붕괴된 이후 악역을 북한에 맡기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데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전쟁개입이 쉽다는 점도 한반도가 무대로 등장하는 이유다.
이런 게임들은 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는 등 한국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이같은 오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교육용 소프트웨어인 엔카르타의 「울릉도는 일본땅」 표현 못지 않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임이용자들은 한국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개최국이라기보다 전쟁위험이 도사린 극도의 위험지역으로 인식하게 된다.
게임심의를 맡고 있는 공연윤리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통일분위기를 해치고 민족감정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국내판매본에 한해 시정을 요구,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당부분을 삭제·수정해 팔고 있다. 지형묘사가 세밀해 안보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공안당국이 「아파치」라는 게임의 서울, 평양시 지형을 삭제지시하도록 공륜에 요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국제적 시정요구활동은 전무하다.
컴퓨터 게임, 영화에 테러국가나 테러 지원국가로 흔히 묘사되는 요르단 이란 이라크 등 아랍 각국은 문제가 있는 매체가 발견되면 외교채널을 동원, 시정토록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93년 디즈니사의 만화영화 「알라딘」의 일부 대사가 아랍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주미대사관을 통해 항의, 수정토록 했다.<박승룡·최연진 기자>박승룡·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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