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빈티지’ 등… 하이패션까지 영향빨강, 분홍의 원색 비닐백, 금은 광택의 신발, 가방이나 옷에 매단 슈퍼맨모형 장식 등 동화적이면서 한편으로 유치한 취향을 드러내는 차림. 군데군데 기운 청바지에 구제품 스웨터, 후줄그레한 체크모직 스커트와 두꺼운 스타킹에 난데없는 여름샌들 차림. 심한 노출과 짙은 화장에 검정 레이스 스타킹과 가짜 타조털치장 등 드러내놓고 성적 매력을 호소하는 밤무대 댄서 차림.
세련되기보다는 유치하며 고급보다는 싸구려, 깔끔한 새것보다는 낡아 지저분한 것, 짝이 잘못 맞춰진듯한 데서 멋을 찾는 「반패션」「반스타일」이 새로운 패션흐름으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미적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반패션」 「반 스타일」의 등장은 주변의 하위문화가 사회중심으로 역류하는 최근의 일부 문화현상을 반영하는 움직임이다. 일부 젊은층에서 시작되어 스트리트 패션으로 대중화되고 이윽고 유명디자이너들의 최고급 하이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패션의 대표적인 예는 「키치」패션. 풍족하고 사치스러운 상류지향이 주류를 이뤄오던 패션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유괘한 반란』이라는 긍정론이 있는가 하면 『말 그대로 허접 쓰레기 취향』이라는 비난이 엇갈린다. 「키치」는 「거리에서 쓰레기를 수집한다」는 뜻의 독일어 「kitschen」에서 유래된 단어다. 일부러 헌것처럼 보이게 하는 「빈티지패션」, 청소년들이 즐기는 「힙합패션」, 이들보다는 더 정리된 「프라다룩」이 범주에 속한다. 「리얼패션」이란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킨 「프라다룩」은 장롱을 뒤져 꺼낸 옛날옷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형태와 소재 속에서 새로운 멋을 찾아낸다. 대중적으로도 널리 유행, 우리나라 기성복업계에서도 요즘 프라다룩을 흉내낸 제품들이 큰 인기이다.
60∼70년대 패션의 리바이벌 흐름의 하나로 다시 나온 「모즈룩」 역시 비정상적인 취향을 보여주는 「키치패션」의 예다. 주로 패션광고에 등장하는 동성애자 분위기의 남자모델들의 몸매 선이 드러나는 날씬한 옷이 그것이다.
반패션조류는 다국적문화적인 요소가 많다. 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이민자들이 많은 뉴욕이나 파리에서 반패션을 받아들인 젊은이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패션과 저급취향 문화와의 연관성을 주제로 지난 4∼9일 패션관련전시회를 개최했던 삼성패션연구소의 박성실 연구원은 반패션은 『멋,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나름대로 질서와 조화가 있다』고 설명했다.<박희자 기자>박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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