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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어 없앤 「총독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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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어 없앤 「총독부」(사설)

입력
199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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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조선총독부건물이 완전히 헐렸다. 13일 대회의실 벽이 마지막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70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대신 경복궁이 아름다운 모습을 확연히 드러냈다. 철거작업 시기를 둘러싸고 말도 많았으나 막상 헐리고 보니 「시원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이다.이 「시원한 마음」을 앞으로 어떻게 일제잔재 청산으로 이어나가느냐가 사라진 총독부건물이 우리에게 남겨준 과제라고 할 것이다. 건물하나 철거했다고 오욕의 역사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일제청산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우리들의 가슴속에 서린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아픔을 바탕으로 철거의 역사적 의의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철거의 의미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은 내일의 올바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70년동안 구총독부건물을 바라보면서 민족의 한을 되씹었지만 이젠 가슴이 확 트이도록 그 모습을 시원스럽게 드러낸 경복궁을 바라보면서 일제잔재 청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반일을 부르짖으면서도 감정에 치우쳐 우리 주위의 일제잔재 정리 청산을 소홀히 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에 냉철함을 잃은 때도 있었다. 구 총독부건물의 완전철거를 이같은 작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민족의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

일본은 아직도 과거망상에 젖어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 등을 거듭하고 있다. 극우세력들의 발호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대처하려면 우리 자신부터 확고한 역사관을 가지고 주위의 일제잔재를 하나하나 털어내는 작업과 함께 이번 철거로 떠돌이 신세가 된 국립중앙박물관의 건립과 경복궁 복원을 빈틈없이 진행해야 한다. 이것은 「역사교훈의 현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철거반대의 의견을 물리치고 구 조선총독부건물을 철거한 의의를 살리고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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