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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장개발 성공조건/정영일 서울대 교수·경제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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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장개발 성공조건/정영일 서울대 교수·경제학(아침을 열며)

입력
199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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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들어 정부 고위당국자들에 의해 해외농업생산기지 확보의 중요성이 여러차례 강조되어왔고 정부당국은 이를 뒷받침할 실무기획단을 이미 구성·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민 식생활의 고급화에 따른 사료 및 가공용 곡물수요의 급격한 확대로 곡물자급률이 30%를 밑돌게 되고 쌀과 보리를 제외한 밀 옥수수 콩 등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대외의존적 수급구조 아래서 안정적인 공급원의 확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농산물의 개발수입방식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해외농장개발은 국내생산기반의 유지·확충과는 달리 위험부담이 아주 크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사업장소가 우리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의 오지다. 또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고 투자의 불확실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제조업생산기지의 해외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치밀한 사전조사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70년대말 귀중한 외화를 들여 아르헨티나에 구입해놓은 농장이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는 어설픈 경험의 재판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서는 해외 농업생산기지 개발투자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 문제들에 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먼저 곡물재배농업은 기온 강수량 일조시간 계절풍 무상일수 물 토양 생물분포 등 자연조건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산업이며 지역특성에 맞는 고유의 재배기술체계 아래서만 안정된 수확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격적인 투자진출을 결정하기 전에 진출대상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험재배를 하는 등 상당한 기간의 현지조사를 해야 한다.

둘째로 대부분의 해외농장건설 후보지역은 농토 수리 경지정리 등 농업기반시설뿐 아니라 내륙수송 항만개발 등 수송 통신, 현장근무자들의 생활여건 등 물적·제도적 사회간접자본이 갖추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개발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로 농장개발대상지역 자체에 관한 사항외에도 진출대상국의 관련법률이나 제도 사회적관행 노동력조달 등 농장경영에 영향을 미칠 제반 사회·경제적 조건에 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상하지 못한 현지의 법률제도나 사회관행 때문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넷째로 점차 불안정성을 더해가고 있는 세계 곡물수급전망 아래서 식량부족지역에서의 현지투자를 통해 얻어지는 생산물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반입되어 이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측면도 투자대상지역의 선정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다. 중국이 국내곡물수요가 꾸준한 증가하자 95년 하반기부터 대두 옥수수등 곡물수출을 중단한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국제곡물시장에서 거대한 신규수입국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마지막으로 해외농장개발은 민간의 의사결정과 책임아래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 정부가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은 금융지원이나 상대국과의 교섭 등 여건조성에 머물러야 한다. 농업투자 특유의 큰 위험부담, 신속한 판단, 현장 장기근무, 피나는 경영합리화노력 등을 공공부문이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경지로 이용되고 있는 약 16억㏊ 이외에도 개발가능한 잠재경지의 규모가 15억∼20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잠재경지는 현재의 경제적·기술적 여건 아래서는 수익성이 낮은 한계지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해외농장개발에 대한 부푼 기대에 못지 않게 냉철하고 신중한 자세가 아울러 요청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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