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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목소리 커졌다’/첸 카이거·후샤오시엔 감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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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목소리 커졌다’/첸 카이거·후샤오시엔 감독 등

입력
199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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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역사와 현실/정직하게 담아 ‘세계가 찬사’이제는 아시아 뿐이다. 할리우드는 뒤뚱거리고 유럽은 지쳤다. 신출귀몰한 특수효과로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독특한 예술정서와 영상언어로 가슴을 파고드는 것도 이젠 한계에 달했다.

할리우드는 소재빈곤에 허덕이고, 『이제 살려면 할리우드를 따라가는 길 밖에 없다』는 유럽영화는 제 목소리를 잃었다.

그 사이를 뚫고 아시아 영화가 질주한다. 세계 곳곳에서 찬사와 경탄이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 영화의 과거가 일본이었다면, 현재는 홍콩 대만 중국이고 미래는 아시아 전역이다.

아시아 영화의 힘은 역사와 현실이고 정직함이다. 여전히 홍콩액션물은 황당하고 일본극영화는 만화산업에 밀려 숨조차 제대로 못 쉬지만, 새로운 세대들은 암울했던 역사와 현실을 카메라에 잔꾀부리지 않고 담아간다. 아시아의 역사는 속박의 세월이고, 가난의 세월이다. 그만큼 한도 설움도 많다. 그것을 삭히고 뿌리치는 생각도 깊다.

중국 제5세대 감독의 기수인 첸 카이거도, 베트남의 트란 안 훙도 틈만 나면 『현재 중국인을 그리고 있다』『나는 내 영화가 내 나라 현실에 대한 증인노릇을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후샤오시엔 감독은 대만의 잘못된 역사와 상처를 응시하고, 왕자웨이는 내년이면 중국으로 귀속되는 홍콩과 그곳 젊은이들의 불안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

터키는 독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인도는 신분제도가 삶의 희망을 짓밟아버린다. 자본주의의 썩은 물이 먼저 들어온 베트남은 신음하고, 대만은 조그만 파도에도 흔들린다. 아시아 감독들의 영화는 이제 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늘 희망과 휴머니즘을 찾아 떠난다.

이들은 베르톨루치가 호기심과 우월감으로 떠난 어설픈 동방 탐험을 비웃는다. 그리고 되묻는다.

『당신들이 아시아의 눈물과 상처와 희망을 아느냐』고. 그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10편을 골랐다. 내일에는 한국영화도 이 속에 끼어있을 것이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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