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강국 안되면 선진국도 요원”/21세기 식량·에너지 해결사 화학산업뿐/낙희화공 입사 33년 몸담아 업계선 대부로/R&D 매출 5%로 확대 세계 10대사 목표『화학의 바탕이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흔히 화학하면 공해나 일으키는 산업으로 오해하지만, 오히려 환경오염으로 멍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산업은 화학밖에 없습니다. 모두들 「첨단」을 외치지만 반도체 정보통신 자동차도 전부 화학덩어리나 다름없습니다』
성재갑 LG화학 부회장(58)은 「화학산업의 전도사」 「화학의 대부」로 통한다. 꼬박 33년간 LG화학에 몸담아 국내 화학산업 발전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성부회장은 『21세기는 화학의 르네상스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식주는 물론 의약품 항공기 가전제품 등 거의 모든 상품들이 화학과 연관돼 있고 인류 최대의 과제인 식량·에너지문제도 화학산업만이 해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학산업이 발달해야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 「화학강국」이란 별명까지 덤으로 얻은 성부회장은 정보통신붐에 짓눌려 화학이 마치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인양 평가절하된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성부회장은 『항암치료제인 인터페론(㎏당)은 금의 357배, 반도체보다 25배나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며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우수인재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공학 등 고부가가치 화학산업에 승부를 거는 것이 선진국 우량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2005년 매출액 26조원의 세계 10대 화학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아래 요즘 경영혁신의 폭과 속도를 극대화하는 턴 어라운드(TA)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유럽 중국 등의 산업현장을 돌아본 성부회장은 『현재 전세계는 불황이 아니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불황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화학업계의 침체가 경쟁력저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성부회장은 『화학산업의 구조고도화, 연구개발(R&D)투자의 확대 등이 경쟁력 강화의 열쇠』라며 『TA운동을 통해 사업을 육성―생존―철수형으로 구분, 가장 경쟁력있는 사업체제를 갖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위스 독일 등 선진국은 전체 화학산업 매출액중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비중이 각각 90%와 70%인 반면 우리나라는 30%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세계 최대의 화학회사인 듀퐁사가 지난해 매출액의 2.8%인 10억7,000만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반면 LG화학은 3.4%인 1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금액으로보면 듀퐁이 LG화학보다 6.7배 많다. 연구개발 인력도 듀퐁(1만명)이 LG화학(1,072명)의 9.3배에 달한다는게 성부회장의 지적이다.
성부회장은 『2000년까지 R&D투자비율을 매출액의 5%로 확대하고 선진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화학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국가적·국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화공과를 나와 63년 LG화학의 전신인 낙희화학공업사에 입사, 94년 1월 공채출신으로는 최초로 LG화학 대표이사에 선임된 성부회장은 국내 화학업계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원료에서 일상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면서 업계에서는 「LG 벤치마킹(본받기)붐」도 일고 있다.
특히 성부회장은 「기업은 곧 사람이며, 사람은 곧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매년 연구원의 5%를 해외에서 연수시켜 공대생들사이에서는 LG화학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불황과 인재들의 외면으로 침체돼있던 국내 화학업계에 새바람을 몰고온 셈이다.
현재 중국 동남아 인도 구주 미주 등 5극 경영체제를 구축,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화학은 2000년까지 전세계에 50개이상의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지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육성, 2005년 이곳에서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성부회장은 『전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슈퍼마켓화하고 있어 국내시장에만 안주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국의 사업장과 해외지사를 수시로 방문하고 팩스를 통해 말단사원과도 대화를 나누며 항상 현장감각을 잃지않는 성부회장은 『화학강국이 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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