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학온지 어느덧 7개월이 되었다. 그 동안 지난 학기의 첫 아르바이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록 하루였지만 한국이 어떻게 그 짧은 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뤘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어느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중국 글로 된 팩스를 번역하는 일이라기에 쾌히 승낙했다. 막상 그 회사를 찾아갔을 때 나는 크게 당황했다. 사무실에는 50대의 사장님이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여직원과 배달직원이 며칠전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번역일뿐 아니라 비서와 배달부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번역일은 간단해 2시간만에 끝내고 점심식사 후엔 중국서 수입해 판다는 대리석으로 만든 식탁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식탁은 매우 무겁고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운반해야 했다.
사장님은 서투른 내가 흠집이라도 낼까 걱정되는듯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짐을 싣고 부렸다. 나는 보조역할만 하면 됐다. 도중에 차를 잠깐 세우고 간단한 저녁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쉴새없이 일했다.
어느새 어둠의 장막이 깃들기 시작했지만 거리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아주 이상하게 느낀 것은 늦은 밤인데도 가는 집마다 남편은 없고 부인만 있었다. 사장님께 이유를 여쭤봤더니 『아직 퇴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고객 스스로 식탁의 색깔을 잘못 선택했어도, 사장님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바꿔주는 것이었다.
밤 10시가 넘어 일을 끝냈을 때, 나는 온통 땀에 젖어 말할 힘조차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장님은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듯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어요. 자본주의 사회는 치열한 경쟁사회입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모든 머리를 다 써야 합니다. 고객이 100% 만족하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경영이념 중 하나지요. 고객을 잡으면 시장을 잡은 것이고, 시장을 잡으면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원이 부족하고 전후 잿더미 위에서 시작한 한국이 국제경쟁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존할 것은 인적자원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중시하고, 나라와 민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 합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그렇다! 바로 이 정신이 오늘날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21세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하는 힘이다』라고.
한국의 성장과정은 개발도상국들에게 훌륭한 모델이 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온 내게 그날의 경험은 그 어떤 명강의보다 값진 것이었다.<중화전국총공회 국제연락부 직원>중화전국총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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