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땐 형평성 등 논란일듯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과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부정적 입장을 밝힌데 이어 통상산업부가 15일 공업발전심의회(공발심)를 열어 이를 공식안건으로 논의키로 함에 따라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정부는 정부관계자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발심에서 현대의 제철사업진출문제를 집중 심의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제철사업 허용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공발심의 심의과정을 거쳐 정부안을 정리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정부안은 현대의 제철사업진출을 불허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청와대와 재정경제원이 『현대의 제철사업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갖고 있어 심의위원의 절반이상을 정부관계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발심의 심의는 요식행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이처럼 현대그룹이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은 시점에서 철강의 장기수급전망에 대한 면밀한 검토과정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정부방침을 결정하려는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방침이 나오기도 전에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 진출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제철소 유치에 나서 대선을 앞두고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 일단 이 문제를 냉각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재벌그룹의 사업확장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인 시각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결코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도 정부의 행보를 빠르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공발심의 심의를 거쳐 정부입장이 도출되더라도 정부측이 불허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철강수급전망, 산업정책적 측면, 경제력집중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방침을 바꿔가면서까지 삼성그룹에 승용차사업을 허용한 전례를 남겼기 때문에 현대의 제철사업이 불허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현대그룹은 철강수급전망과 관련, 국내외 철강수요의 급증추세로 볼때 현대의 일관제철사업 진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 등의 분석자료를 들어 포철의 독점이 계속될 경우 철강공급량이 2000년에는 540만톤, 현대의 일관제철소가 완공될 예정인 2005년에는 2,000만톤이나 부족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가 경제력집중을 문제 삼는다면 한계기업 등은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제철사업을 허용한다면 정부가 요구하는 계열사를 정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통산부를 제치고 현대제철사업 진출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와 재경원 등은 현대측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대지 못한채 재벌사업확장을 막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공발심의 심의만을 거쳐 제철사업 불가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고 산업정책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을 정치적 시각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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