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인근 수백구 사체 널려 참혹/기적생존 3명도 후송중 모두 사망351명의 사망자를 낸 12일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소속 보잉 747여객기와 카자흐스탄 일류신 IL―76 수송기의 공중 충돌사고는 11년만에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고전말◁
승객과 승무원 312명을 태운 사우디 항공소속 점보기가 사우디 다란을 거쳐 제다로 가기 위해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을 이륙한 것은 12일 하오 6시33분께. 이후 비행고도를 상승하던 사우디 여객기는 이륙 7분만에 약 1만4,000피트상공에서 카자흐 수송기와 충돌했다. 당시 39명의 탑승객을 싣고 카자흐 침켄트를 출발한 카자흐기는 목적지인 인디라 간디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하강하던 순간이었다.
『충돌 순간,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며 두 비행기 잔해가 거대한 불덩이로 변해 지상으로 추락했다』는 게 인근 상공을 때마침 비행하던 미 공군 C―141수송기 조종사들의 목격담이다.
▷사고원인◁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인도 당국은 이번 사고가 ▲항공기의 통신장비 이상이나 ▲조종사간 언어소통의 문제 ▲인디라 간디공항 관제탑의 관리불능 등으로 인해 촉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사고발생의 책임은 카자흐기 쪽이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사고 일류신기의 소유사인 카자흐 항공사는 1억4,900만달러에 달하는 누적채무와 안전기준 미비로 8월부터 사실상 폐쇄됐으며 사고기는 한 민간회사에 임대중이었다. 철저한 정비 작업이 이뤄질리 만무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카자흐기와 동종의 일류신 IL―76기종도 작년 8월이후 3차례이상 추락사고를 일으키는 등 문제많은 항공기로 지적돼 왔다. 인디라 간디공항 관제탑도 이·착륙 항공기 고도를 탐지하는 레이더 시설이 없어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충돌사고를 불러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도당국은 그러나 충돌당시 비행기록을 담은 「블랙박스」들이 13일 회수된만큼 조만간 자세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락현장◁
두 항공기의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진 추락 현장은 어린이와 여자들을 포함한 수백구의 시체들이 참혹하게 널려 있었다. 현장으로 달려온 수천명의 주민들이 구조작업에 참여한 가운데 기적적으로 생존한 3명의 중상자가 발견됐지만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외신 종합="이상원" 기자>외신>
◎“카자흐 조종사 영어 미숙 탓” 제기/러시아 TV방송들
독립국가연합(CIS)의 카자흐항공소속 일류신 IL―76기와 사우디항공소속 보잉747기의 공중충돌은 카자흐쪽 조종사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주요 TV방송들은 13일 이번 사고를 크게 보도하면서 델리공항 착륙을 준비하던 IL―76기 조종사의 영어실력이 부족, 공항 관제탑의 경고신호를 알아듣지 못해 이륙후 같은 항로를 택한 보잉기와 부딪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카자흐는 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후 민족어인 카자흐어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나 러시아인과 한인 등 소수민족은 지난 70여년동안 사용해온 러시아어를 중심으로 민족어를 병행하고 있다. 카자흐어를 제외한 러시아어 및 기타 민족어들이 제2, 제3언어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공용어라고 인정받고 있는 영어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특히 영어에 익숙한 러시아인 조종사들은 카자흐와 같은 CIS국가 소속 항공사의 취업을 기피해 이들 항공사에는 영어에 능통한 조종사들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실은 언제든지 유사한 대형사고를 유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세계 10대 항공 참사
▲77.3.27:팬암항공과 KLM 보잉 747기 2대 공중충돌, 582명 사망.
▲85.8.12:일본항공(JAL) 보잉 747 국내선 여객기가 산에 충돌, 520명 사망.
▲96.11.12:사우디 보잉 747기와 카자흐 일류신 수송기 충돌, 351명 사망.
▲74.3.3:터키 DC10기 파리 서북부 추락, 346명 사망.
▲85.6.23:인도보잉 747기 아일랜드 연안 추락, 329명 사망.
▲80.8.19:사우디 L1011 제트기 리야드 공항서 비상 착륙 실패, 301명 사망.
▲88.7.3:이란항공 A300 에어버스기 미 항모 빈센트에 의해 격추, 290명 사망.
▲79.5.25:아메리칸항공 DC10기 시카고 공항서 이륙하다 추락, 273명 사망.
▲88.12.21:팬암항공보잉 747 스코틀랜드상공서 테러로 폭발, 270명 사망.
▲83.9.1:대한항공 747기 구소련전투기들에 의해 격추, 269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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