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성공”“출제 오류다”/점수 대폭하락 상위 50% 평균정답률 45%선 불과 분석1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난이도 논란은 이번 수능시험이 유례없이 어렵게 출제돼 상위권과 중·하위권 가릴 것 없이 점수가 대폭 하락하면서 빚어졌다. 입시전문기관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상위권 수험생은 평균 13∼14점, 중·하위권은 16∼17점이 떨어졌다.
국립교육평가원은 수험생들의 점수 하락폭이 큰 점을 들어 상당히 바람직한 출제였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평가원은 97학년도 입시의 경우 국어·영어·수학위주의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생생활부의 반영비율이 낮아져 수능시험 성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출제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문항수 증가와 주관식 문항 도입, 차등배점과 총점확대 등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평가원은 따라서 변별력 조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만큼 평균점수 하락은 별 문제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입시관계자들도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점수분포가 예년보다 넓어져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평가원측의 당초 의도에 부합됐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시험에서 통상 지켜오던 상위 50% 학생의 평균정답률 50∼60% 기준이 지켜지지 않은데다 영역별 난이도 편차가 지나치게 큰 점은 명백한 출제오류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평가원이 난이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위 50% 학생」은 4년제 대학 지원가능수험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균 정답률이 50∼60%가 되려면 4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200∼240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날 입시기관들이 분석한 지원가능 점수는 180점대로 평균정답률이 45%에 불과하다.
한 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상·중·하위권별 평균점수가 15∼20점 이상 하락한 것은 교육통계적 측면에서 볼 때 명백한 실패』라며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난이도 조절을 희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별력을 강조하다가 수리·탐구Ⅰ·Ⅱ영역이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돼 과외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특히 어려웠던 수리·탐구Ⅰ·Ⅱ영역에 대한 고액과외가 최근까지 기승을 부린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과외가 더욱 성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고교 2학년 학생을 둔 김모씨(48·여·서초구 반포동)는 『통합교과적 문제라 반짝과외가 별 효과가 없다지만 내년에도 올해처럼 수리·탐구Ⅰ·Ⅱ가 어려울 경우 과외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시험에서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자 출제경향 분석작업을 벌이던 입시전문기관과 일선 학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영역별 난이도 편차가 10∼40점씩 엇갈렸으며 서울대 상위권의 경우 학원별로 30∼40점 이상의 차이를 보여 예년보다 4∼6배까지 예상점수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대학·학과별 지원가능 예상점수를 몇 차례씩 수정하기도 했다.<최윤필·박일근 기자>최윤필·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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