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소비자심리 반영 ‘저가제품’ 등 강조/비용 줄이려 여러제품 한꺼번에 묶어 선전도경기가 불황으로 치달으면 소비자는 움추러든다.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삼가하고 고급품에서 값 싼 대중품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주머니 사정이 악화할수록 충동구매보다 이성적으로 꼼꼼히 판단하여 물건을 사려는 경향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이같이 위축된 소비자 심리에 초점을 맞춘 광고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 광고비를 줄이려는 기업의 비용절감 정책이 반영되어 새로운 광고유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황기 광고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저가 제품」임을 강조하거나 「절약 정신」을 내세워 소비자 심리를 은근히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8월부터 선을 보인 데이콤 082 광고 「알뜰주부편」은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의 경험담을 인터뷰형식으로 제시하여 주목을 끌었다.
「작은 것부터 아껴야죠」라는 자막을 시작으로 서울에 사는 주부 7명이 나와 「저요? 우선 수돗물 꼭 잠그라고 해요」 「불 꺼! 불 꺼! 그래요」 「웬만한 빨래 같은 거 모아서 하죠」 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이어진다. 마지막에 시외전화 082가 9% 싸다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이달부터 방영된 해표의 「샘방지 마개 식용유」는 기름이 흘러 식용유가 낭비되는 병을 개선한 데 초점을 맞춘 광고. 기존의 식용유병과 대비하여 얼마나 절약되는 지를 실제연기로 보여주며 구매욕구를 부추긴다.
대우자동차의 티코 광고도 비슷한 경우. 「내 집 장만 빨라진다!」는 머리 카피를 내세운 이 신문광고는 티코를 타면 절감되는 비용을 표로 보여주면서 소비자를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개별 제품을 집중적으로 알리기보다 여러 제품을 한 광고로 묶어 통합 브랜드를 선전하는 경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고비 절감 때문에 우선 광고주들이 이런 경향을 선호한다. 대표적인 예는 롯데제과의 「세 가지 색 제크」 광고. 롯데제과는 「제크」계열의 신제품으로 「제크 오렌지샌드」 광고를 출시하면서 기존에 나왔던 제크 크래커, 제크 치즈샌드를 한꺼번에 묶어 통합 브랜드로 내놓았다.
지난 달 방영된 (주)풍년의 밥솥 광고는 엄마와 세 딸이 사용하는 세대별 제품으로 풍년이 만든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모아 선전했다. 여기에는 압력솥, 하이클래드, 블랙펄, 전기보온밥솥 등 네가지 제품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이밖에 동일 레나운, LG패션 등 의류 브랜드가 회사마다 갖고 있는 여러 제품의 남성, 여성의류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통합 브랜드 광고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나운봉 부소장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광고비 절감을 위해 통합 브랜드 광고나 우선 눈길을 끌고 보자는 식으로 강한 충격효과를 노리는 광고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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