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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강한 정부」에의 기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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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강한 정부」에의 기대(사설)

입력
199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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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내건 구호는 작고 강한 정부였다. 작고 강한 정부란 예산과 행정인력의 규모는 작으면서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성취하는 정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효율성과 유효성을 모두 갖춘 정부다. 5년 임기 가운데 1년여만을 남겨 놓은 이 시점에서 과연 이러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구심을 품게 된다.먼저 예산의 규모가 총액은 물론이고 국민총생산(GNP)에 대비했을 때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예산과 아울러 행정인력의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요란한 행정개혁을 통해 정부부처를 통폐합하고 기능의 중복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규모의 비대화에 논리적 근거가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할 때 그것이 적정한 것이었는지의 여부는 정부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로 판가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정부의 존재이유는 시장과 사회에만 맡겨두어서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외적인 안보, 대내적인 질서, 사회간접자본 등과 같은 소위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기능이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근래 우리 정부는 얼마나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대외안보와 관련해서 심각한 여러 문제가 있음이 무장공비침투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드러났으며 경부고속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공급도 계획과 시공단계에서의 착오와 과실로 많은 차질과 예산낭비를 빚고 있다. 반면에 도처에서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노출되고 있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는 커녕 이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실패」를 단순히 임기말적 통치권 누수의 결과로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다해가서 정부장악력이 줄어든 결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잠복된 형태이지만 상존하고 있었음을 보이는 것일 뿐이다. 현정부의 출범 이래 대대적으로 전개된 사정과 개혁조차도 정부의 구석구석까지는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기능에 비추어 필요한 예산의 확대는 당연하지만 정부의 실패가 예산의 확대편성을 위한 구실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쟁적인 시장에서 활동하는 회사와 달리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는 성과기준이 모호하다. 회사의 경우 비효율적인 운영은 파산으로 마감되지만 정부의 비효율성은 예산증액의 요구로 나타난다고 학자들은 경계한다.

우리는 김영삼정부가 다시 한번 「작고 강한 정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을 기대한다. 확대예산이 만에 하나라도 정부의 비효율성을 호도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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