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농장용수 등 댐건설로 서식지 사라져살아 있는 화석인 호주 폐어(허파고기)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서식처인 호주 북동부 퀸즈랜드주 버넷강에 건설중인 소형 댐이 서식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댐은 강의 흐름을 조절, 고질적인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당국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주변 사탕수수 농장에는 필수적이다. 당초 올 연말까지 완공 예정이었으나 버넷강보존위원회 등 지역 환경단체의 반대로 완공시기가 내년말로 늦춰진 상태.
호주 폐어 연구 권위자인 앤 켐프 교수(퀸즈랜드대)는 『댐이 생기면 폐어는 수위 변화를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폐어는 물가에 있는 수생식물 속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댐이 건설되면 수위가 높아져 수생식물이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알을 낳을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호주 폐어는 4억년 이상을 거의 진화하지 않고 생존해 온 종으로 크기는 1.5∼2m. 건조기에는 강 진흙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틈새로 들어오는 공기로 호흡하며 살아간다. 이 물고기는 사촌격인 남미·아프리카 폐어와 달리 허파가 하나뿐이고 이들보다 진화가 훨씬 덜 됐다. 호주 폐어는 번성기였던 중생대 이후 지금까지 공룡 등 무수한 생물들이 멸종되거나 신종 생물이 나타나는 동안에도 옛날 화석에 나타나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870년 처음 발견됐을 때만해도 과학자들은 그 특이한 모습 때문에 도롱뇽의 일종으로 생각했다.
호주 폐어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생존에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버넷강에 농약성분이 흘러드는가 하면 식용이나 수족관용으로 남획되고 있다. 화석 물고기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모양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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