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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VS 취업주부/서로를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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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VS 취업주부/서로를 부러워한다

입력
1996.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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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자녀양육’ 불안에 ‘사회참여’‘시간여유’ 시샘『주부라고 맨날 쉬는 것도 아닌데 시어머님은 직장 다니는 동서의 아이만 돌봐주시니 가끔 심통이 나기도 하죠. 동서가 용돈이라도 드리는 날엔 못 드리는 내가 싫어질 때도 있어요』

『아이가 아프면 평소에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무거워요. 이럴 때면 「일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이라도 제대로 해야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47%를 넘었다. 전업주부든 취업주부든 그것은 각자의 선택에 의한 것이지만 「주부」들의 느낌과 입장이 상당히 다르고 때로 이들은 서로를 부러워 한다. 전업주부는 활기찬 생활을 하는 듯이 보이는 취업주부가 부럽다. 취업주부는 늘 여유있게 사는 듯한 전업주부가 부럽다.

취업주부가 특히 갈등을 일으킬 때는 육아와 재테크문제에 부딪칠 때. 둘째를 낳고 당분간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 교사직을 올해부터 3년간 휴직키로 한 정현수씨(29)는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힘들 때면 「무엇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장을 다니면 남편이 다른 집보다 집안 일을 더 도와줄 줄 알았는데 거의 도와 주지 않아 두 배로 힘이 들었다』고 말한다. 96년 10월 발표된 논문 「자녀양육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지가 결혼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전춘애 가톨릭대 강사·박성연 이대 가정관리학과 교수, 대한가정학회지)에 따르면 남편이 자녀양육에 참여하는 정도는 예상과 달리 취업주부의 남편보다 전업주부의 남편이 높아 이런 경향을 실증해준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주부 이현미씨(28)는 『집안일 돌봐주는 아주머니와 놀이방에 드는 돈을 따져보면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정신과전문의 이나미씨(36)는 『취업주부들은 교육정보에 어두워 「아이들을 잘못 키우지 않나」하는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일러준다.

전업주부들에게는 취업주부들의 푸념이 엄살처럼 들린다. 컴퓨터회사에 다니다 첫째를 임신하며 그만둔 전업주부 문선영씨(29)는 『벌어서 쓰던 때를 생각하면 남편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취업주부가 부럽다』며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나만 혼자 뒤처질까봐 불안하다』고 털어놓는다. 전업주부 김정자씨(44)는 『늘 집안일로 바쁜데 남편이 내가 일한다는 생각을 않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정신과전문의 김병후씨(42)에 따르면 주부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여성들 중엔 남편과 시부모가 취업주부와 능력을 비교할 때 억울함을 느끼고 심하면 그 비교대상을 미워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동창회나 아파트모임에서도 취업주부와 전업주부는 평행선을 달린다. 40대 전업주부들의 주관심사는 아이들문제이지만 취업주부들은 세상일이 화젯거리다. 관심사가 달라 공통주제를 놓고 대화를 잇기 어렵다.

김병후씨는 『취업주부가 아이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직업에 회의를 느끼거나 전업주부가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므로 나오는 감정』이라며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 속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이행현상』으로 풀이한다.<노향란 기자>

◎교수 그만두고 주부된 사연

「전업주부」가 되고 싶어 대학교수를 그만 둔 여성이 있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아마 열에 아홉은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혜성씨(4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서슴지 않고 그런 일을 저지른 「특별한」 여성이다.

『학교를 그만둘 때 스승이나 주위의 친구들 모두 나를 말렸죠. 집에 있던 친구들일수록 더 안타까워 했습니다』

77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 내과레지던트과정을 밟던 중 결혼한 이씨는 31세가 되던 83년에 해부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86년 시간강사로 시작해 89년에는 해부학 조교수로 임명됐다. 93년에 대한의학협회에서 수여하는 학술상을 탈 정도로 연구활동에 전념했던 이씨가 갑자기 일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 『암으로 쓰러지신 시아버님 병구완이 급해 1년을 휴직했다가 아예 제대로 시중을 들고 싶어 93년 9월 사표를 썼다』는 게 이씨의 변이다. 이른바 과로사 요인 10가지 중 8개에 해당되는 생활을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던 것도 큰 이유.

이씨는 『주부가 되고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는 아이들 뒷바라지나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되지 않는다』며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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