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건물주의 갑작스런 퇴거 요구/그는 위기의 돌파구를 ‘10주년 기념 무대’서 찾지만…「문화게릴라」 이윤택(44)이 위태롭다.
이씨는 지난 6월 부산 가마골소극장 건물주로부터 「재건축을 위해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가마골소극장은 그가 이끌어온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10년간 활동해온 무대. 극단이 가진 「보증금 2,500만원, 월세 70만원」으로는 부산에서 도저히 갈 곳이 없다.
이씨는 갑작스럽게 마주친 삶의 위기를 「무대」라는 꿈으로 돌파한다. 연희단거리패의 창단 10주년 기념작 「연극―삶의 형식」(서울 북촌창우극장·15∼12월1일)이 바로 그 돌파구다.
연극 속으로 들어가자. 10년간 순수연극을 고집해온 극단이 「극장을 비워 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다. 대기업이 전속극단으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하고, 단원들은 마침내 오디션을 받는다. 그러나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상업주의와 타협할 수 없다는 의견이 빗발친다. 결국 이들은 새로운 연극공동체를 꿈꾸며 지방으로 극단을 옮긴다.
다시 현실로. 연희단거리패는 늦어도 97년 5월에 극장문을 닫아야 한다. 이윤택의 위기인가, 연극의 위기인가. 『연극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은 대중문화 시대의 숙명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겠다』
이씨는 올해로 90년부터 시작된 방황―「오구―죽음의 형식」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 「바보각시―사랑의 형식」―을 마무리한다. 죽음으로 출발한 방황은 권력을 엿보고, 사랑을 거쳐, 삶으로 돌아왔다.
문화게릴라는 자신을 거부하는 현실을 배반하고 해방구를 꿈꾸고 있다. 부산 변두리 장림동의 400평 규모 가구공장을 극장은 물론이고 단원들의 생활공간이 함께 있는 연극공동체로 꾸미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따라서 서울에 이어 12월6∼22일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도 공연되는 이번 무대는 해방구를 꿈꾸는 이윤택 연극의 새로운 시작이다. 최정일 교수(경성대 연극영화과)의 연출데뷔작이며 조영진 이윤주 김혜진 조현자 등이 출연한다. 741―0586<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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