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이직 늘어 인사관리 묘안짜느라 ‘골머리’/모임주선·상담·경조사 수발 등 유대감 강화 부심국내 한 종합상사에 상시채용제도를 통해 취업한 K씨(29)는 지난달 17일 입사 보름만에 사표를 던졌다. 『경영전략수립 등 대학에서 배운 것을 바로 맡을줄 알았던 내 생각과 다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K씨는 이 한마디 통보로 미련없이 첫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섰다. 최근 취업시즌이 따로 없이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는 상시채용제도가 확산되면서 쉽게 직장을 옮기는 신입사원들이 늘어 기업마다 골치를 앓고 있다.
이와함께 3∼4년 이상 근무해 웬만큼 일의 노하우를 터득한 대리·과장급 경력사원까지 하루아침에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이 적지않아 기업마다 사원관리의 묘안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상·하반기 두차례 공개채용을 아예 없애거나 공채와 동시에 연중 채용의 문을 열어 놓은 기업은 선경그룹 한보그룹 등. 선경그룹은 9월부터 정기채용을 상시채용으로 개편하고 서울 을지로 2가 본사에 「채용상담실」을 마련해 연중 면담과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한보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정기채용과 상시채용을 통합한 「인재 풀제도」를 도입했다. 현대 쌍용 한화그룹 (주)대우 제일제당 등도 상시채용제를 이용해 취업시즌에 상관없이 경력이나 신규인력을 뽑는다.
지난해부터 상시채용으로 6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한보그룹은 상시채용제도로 입사한 사원들의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인사의 초점을 맞추었다. 공개채용으로 「○○기수」가 분명한 예전과는 달리 다른 시기에 드문드문 입사한 상시채용 사원들은 결속감이 떨어지게 마련. 유대감을 갖도록 입사 월 단위로 사원을 묶어준다든지, 비슷한 시기의 입사자끼리 비공식으로 만나는 모임을 장려한다. 이 자리에는 직상급자나 부서장 등 선배들이 자주 동석해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애사심 강화에 애쓰고 있다.
올해 초부터 상시채용제도를 도입해 30여명을 뽑은 (주)대우는 지난 여름 사장이 신입사원들과 식사를 나누며 면담하는 자리를 처음 마련했다. 경영자가 허심탄회하게 신입사원을 만나 회사에 대한 귀속감을 강화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이밖에 동부화재처럼 지연이나 학연이 있는 선배·신입사원끼리 삼삼오오 만나는 자리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사원의 집안일까지 적극 돕고 나서 애사심이 생기도록 적극 유도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미도파는 이달부터 전사원의 경조사를 수발하는 지원팀을 가동한다. 단순히 경조사비용지원에 그치지 않고 인력개발부를 중심으로 4인 1조로 팀을 구성, 3∼5일 직접 몸으로 뛰면서 사원들의 집안 일을 돕기로 했다. 이밖에 기존의 고충상담을 강화한다든지 자기계발의 기회를 늘려 이직 요인을 우회적으로 막는 방법도 늘고 있다.
한보그룹 비서실 인사팀의 박태정 과장은 『상시채용으로 1년 동안 300명 가까운 경력사원을 채용했다』며 『앞으로 이직 사원을 막기 위한 인사전략이 기업마다 구체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