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파대권 당내파당권 나눠 재집권/차기정권 권력구도 민주계서 내밀 논의김영삼 대통령의 「개헌 불가」발언이후 향후 정치일정의 시계가 명확해 짐에따라 여권 일각으로부터 차기 정권의 권력구도 변화추이에 대한 흥미로운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정치적 가설은 이른바 대권과 당권을 분리시키는 「권력구도 이원화」구상.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여권이 차기정권을 담임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실제로 이 문제를 검토했으며 여권내 일부 핵심인사들도 이같은 「권력분할 시스템」에 대한 연구작업이 내밀하게 진행돼 왔음을 부인하지 않고있다.
권력분할구도의 요점은 「대통령=당총재」의 등식에서 벗어나 대통령과 당총재의 권한을 분리·분점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 될 수 있는데, 복잡 미묘하게 짜여진 현재의 여권내 역학구도를 십분 반영한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영입파와 당내파로 나뉘어져 있는 신한국당의 현실를 고려, 「영입파=대권」, 「당내파=당권」의 분할구도를 인정해 차기정권에서 권력의 분점을 도출해 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구신민당체제의 경선과정에서 선보였던 역할분담 모델을 원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권력분할구상은 여권내 실세그룹인 민주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만일 이같은 구상이 구체화할 경우 이는 여권내 대권경쟁의 전개추이를 예단케 하는 것으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권력분할론자들은 이같은 구상이 실현된다면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로 지적돼온 절대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될 수 있고, 당과 정부가 정치의 공동책임을 지는 진정한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명분과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분할구상에 대한 회의적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회의론자들은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권력범위를 축소하는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차기후보구도가 가시화하자마자 권력의 중심추가 그쪽으로 쏠려 온 우리의 정치관행으로 볼때 이같은 권력분할 구상은 하나의 이상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 여권내 일각의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자구책의 냄새가 짙기 때문에 논의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고있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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