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잠수함 공비침투사건이 50일만에 일단락되어 다행스럽다. 이번 사건만을 놓고 보면 분단이래 수없이 경험해 온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처한 체제불안과 남한배제 전략의 효력 상실을 감안하면 60∼70년대 무장간첩 사건과는 다른 각도에서 그 배경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먼저 생포된 공비가 밝혔듯 북한은 대남 「전투정찰」을 일상적인 군사활동의 일환으로 인식할 정도로 우리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정규군이 잠수함을 이용해 군사작전 성격의 정탐업무를 우리 영해와 영토에서 예사롭게 수행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남 전면전을 위한 군사력 우위를 추구해 온 북한이 재래식 군비경쟁이 한계에 달한 것을 우려한 나머지 기습공격과 전후방 동시전장화를 실천할 방안을 획책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과거에는 미국을 직접적인 군사위협으로 설정, 「미제국주의」를 타도하려 했으나 탈냉전기에 접어들어서는 한반도에 군사위기를 조성해 미국에 접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76년 판문점 도끼사건이후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군사도발은 하지 않고 있다. 핵카드로 제네바 핵합의를 끌어내 대미접촉 창구를 열었으나 한국이 미국과 공동제의한 「4자회담」으로 북·미 평화협정 주장이 낭패를 맞자 이를 강경노선으로 돌파하고자 시도했음직하다.
셋째 군사력 증강만을 강조해서는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결속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대남위협을 개발, 실행해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 남한이 도발한다고 역이용함으로써 체제강화의 명분을 쌓으려 든 것이다. 이는 남한이 정치사회적 안정기에 있을때 북한이 공비를 남파하여 긴장을 조성했던 과거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번 잠수함 침투사건이 나진·선봉지구 투자사업과 식량원조·중유공급 등 북한이 사실상 아쉬워하는 상황에서 자행되었음에 당혹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68년 청와대 침투기도 사건직후 향토예비군 제도 등을 도입하였듯이 이번 사건에서도 민과 군의 통합방위체제, 위기관리체제의 평시 운영, 해안경비체제의 개선, 각종 정보감시·수집·분석체제의 조기 확보, 특히 국가안보의식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차제에 북한의 밀도높은 군사력이 미국의 정치적 통제를 벗어나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미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다시한번 강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번 작전의 실패에 따른 좌절감과 적개심을 또다른 대남 군사책동으로 보상받고자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비해 도출된 교훈을 적시에 실천하는 일이다.<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국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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