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바르톡 등 난해한 국내 초연작 공연때마다 레퍼토리에현대음악이 붐이다. 올들어 대형음반 매장에는 현대음악 음반 만을 별도로 모아 파는 코너가 생겼고, 민간 차원의 「현대음악제」도 처음으로 열려 성황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연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대음악의 온도는 정반대다. 공연장은 여전히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생산(공연)따로, 소비(음반·감상)따로다. 완벽한 괴리다.
현대음악적 작품과 국내초연작들을 언제나 콘서트 전면에 내세워 온 소프라노 남덕우씨(52·이대 음대 교수)는 그래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뮌헨 국립 음대를 마치고 돌아 온 76년의 귀국 독창회에서부터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의 독창회까지, 모두 20차례 열렸던 리사이틀이 다 그러했다.
8일의 한국초연작은 쇤베르크의 초기 가곡 7곡. 무소르그스키의 「어린이방」, 쇤베르크의 「카바레 송」, 바르톡의 「마을의 정경」 등 그의 초연작 목록에 막 등록됐다.
현대 가곡, 또는 평소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그는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그러므로 꼭 현대음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8일 연주회에서도 쇤베르크의 작품과 함께 드뷔시, 로드리고, 아당 등 낭만주의 작품이 함께 올랐다.
음반 청취로 족한 일반 감상자와 음표를 자기화해 내야 하는 연주자의 접근법이 같을 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작업은 시작한다. 『음반과 악보를 확보하라』
해외 여행 갈 기회가 생기면 큰 서점과 음반점은 꼭 들러 본다. 이곳에서는 구할 길 없는 현대음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쇤베르크의 이번 초연작들도 86년 국내의 동료 성악가들과 LA 「가곡의 밤」에 출연한 길에 하루 짬을 내 음악 전문 서점을 뒤져 확보해 둔 것. 그러나 쇤베르크는 충분히 연구할 틈이 안 나, 무려 10년을 그늘에 묵혀 둘 수 밖에 없었다. 쇤베르크가 휘갈겨 쓴 난해한 자필 악보를 제자들이 겨우 정리해 둔, 만만찮은 작품이다.
교사 따로 학생 따로인 현대음악의 교육 현장에서, 그는 현대음악은 곧 「싱싱한 도전 정신」이라는 사실을 20년 동안 실천해 오고 있다. 가르치는 이로서의 다양성을 보여줘야 할 의무감에서 시작하다 보니, 마치 「현대음악 전문가수」처럼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바흐의 「칸타타」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같은 고전적 작품에서 더 빛나는 성악가다. 현대음악과 멀어지지 않으려 20여년을 애써온 그는 이렇게 맺었다.
『현대음악, 예를 들어 12음 기법 음악을 하려면 절대음감이 있어야 함은 물론 목소리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야 한다』 현대음악은 그만큼 엄정하고 생동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