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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원·박영택/논쟁없는 미술계의 ‘두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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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원·박영택/논쟁없는 미술계의 ‘두 투사’

입력
1996.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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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더니즘의 전개전’ 기획 기존 화단에 도전장부진한 경기만 문제가 아니다. 정작 우리 미술계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모색도, 대안도, 논쟁도 없는 「불감증」의 현실이다.

그러나 절망은 아직 이르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

금호갤러리 수석큐레이터인 박영택(33)과 독립큐레이터 강성원(41). 요즘 미술계에서 화제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 두사람이다. 9일부터 개관기념전을 갖고 있는 금호미술관의 「한국 모더니즘의 전개」전.

두사람이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박서보 김창렬 이우환 유영국 윤형근 등 「쟁쟁한」작가들이 모두 빠졌다. 이를 두고 「두사람이 기성화단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반응이 일었다. 하지만 이 작가들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있는 원로 평론가들은 냉소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두사람에겐 이렇다 할 지원군도 없다. 박씨는 성균관대 미술교육과 출신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강씨는 서강대 사학과와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끼리」의식이 유난히 강한 미술계에서 이것은 약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 싸움을 시작했을까.

『모더니즘의 틀을 새롭게 짜다 보니 몇몇 원로들이 빠진 것일 뿐 그들의 정통성에 시비를 붙자는 것이 아니다』는 게 이들의 얘기.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원로작가의 「적」이 돼버렸고 정작 분란의 주 요인인 모더니즘에 대한 논쟁은 사라진 형국이다. 강씨는 『오늘 이땅의 모더니즘 논쟁은 설치, 테크노 등 실험적 장르의 한계에 부닥친 한국 미술의 방향 더듬기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게 모더니즘이란 「구습으로서의 근대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로서의 현대가 동시대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런 결론을 얻기까지 강씨는 93년의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전, 94년 「자전적 문화론-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전, 95년 「한국 현대 미술」전, 최근의 원서갤러리 개관기념전 「동아시아 모더니즘과 오늘의 한국미술」전 등 긴 항해를 거쳐 왔다. 「미술에서의 철학적 이론 찾기」는 그녀의 장기이다.

박씨의 길더듬기는 좀 더 도발적이었다. 설치작가 중심의 「자존의 길」전(94, 95년), 재미한국인의 정체성을 묻는 「태평양을 건너서」전, 테크놀로지 아트를 다룬 「가설의 정원」전 등은 우리미술계에 던지는 일련의 의문부호들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지명도 만큼 이들의 생활이 여유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의 큐레이터직은 「고학력, 저임금」직이다.

하지만 「큐레이터를 억압하는 화랑 상업주의의 틈새를 노리는 심정」으로 기획 작업을 해오고 있는 박씨나, 「진실하고 아름다운 평론을 쓰고 싶다」는 강씨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 자신들은 「절망적인 꿈」이라고 표현한 그 꿈들 때문에 두사람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꿈틀거림은 각질화한 화단의 정체된 안락을 들쑤셔 놓는 의미 있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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