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의 테크닉 넘어 정리의 경지에김남윤씨는 진지하면서도 쾌활하다. 그런 평소의 자신을 가리켜 『꺼벙』대기 일쑤라고 말한다. 그러나 몰입의 제스처, 여자답지 않은 강렬한 운궁(bowing) 등 지금까지 무대 위에서 보여 온 모습대로라면 언제나 확신에 찬 사람이다.
열정의 연주자 김남윤씨가 또 다른 비상을 시작했다.
그것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중심으로 꾸민 지난해 독주회 때 부터였다. 『김남윤의 소리가 변해 간다. 격정의 테크닉을 넘어 이제 정리의 경지로 접어 들었다』는 당시 평을 그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모차르트에서 현대작곡가 코렐리아노까지 올렸던 올 9월22일의 리사이틀에서도 비슷한 평이 이어졌다.
올해로 마흔 일곱.
『마흔 고개 넘으니 조심스러워지고, 점점 더 생각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신중함 뿐이랴. 『이제는 음악을 스스로 즐길 수 있다』
요즘은 화려한 대편성 곡보다는 작은 실내악곡을 하면서 「참 즐겁다」고 느낄 때가 늘어 간다. 자신을 바이올린의 세계로 인도해 준 어머니가 그래서 자꾸 고마워 진다. 이제사 마음 속 깊이 음악에 감사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처음 집어든 9살바기에게 클래식의 세계는 너무나 엄정했다. 완벽을 향해 연습하고 또 연습만 했다. 『노는 것, 자는 것 때로는 집안 식구들까지 나의 바이올린을 위해 희생돼야만 했다』고 한다.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서자 그는 평론가라는 「뜨거운 감자들」과도 숙명적으로 길항해야 했다. 40년 연주 생활 속에서 그는 한가지 원칙을 갖게 됐다. 『설혹 신경질 나는 내용이 담겨 있을 지라도 내 연주에 관한 평은 꼭 읽어 본다. 다음 연주회 때는 반영된다』
서울대 교수였던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문을 연 93년 이래 4년 째 기악과장으로 있다.
그러나 그냥 『김남윤 선생』이라 불러 줄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 『나는 한 번도 확신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그는 섬세하게 진동하는 예술혼을 가졌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과 「레슬리 파나스와의 듀오집」 등 지금껏 그가 발표한 음반들이 「영혼의 떨림」에 대한 기록물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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