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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베스트셀러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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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베스트셀러 뒤집기)

입력
1996.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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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가 만든 허상인가/명상의 깊이를 가진 명작인가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시의 베스트셀러 경제학은 독특하다. 시 독서 인구가 많은 것도 그렇고,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역시 특이하다. 감수성 예민한 10대를 감동시킬 만한 감상적 내용이나 20대 직장 여성의 핸드백 속에 들어갈 만한 앙증맞은 장정을 갖추었다면 적어도 실패는 면하게 돼 있는 게 우리 시 출판계의 현실이다.

91년 낸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40만부나 판매한 베스트셀러 시인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또 홈런을 날렸다. 초판 6만부가 보름 만에 다 나가 출판사는 재판인쇄에 들어갔다.

책을 펴낸 열림원의 설명.

『류시화의 시집은 소녀 취향의 독자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10만∼20만으로 추정되는 명상서적 독자층이 움직여 만든 베스트셀러다. 쉽게 쓴 작품이긴 하지만 일간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작품인 만큼 깊이를 가지고 있다. 운율이 다듬어져 보는 시가 아니라 읽는 시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더욱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

실제로 「외눈박이…」는 요즘 시에서는 사라진 미덕이 돼버린 내재율을 갖추고 있는데다 소재나 표현마저 매우 평이해 읽는 시로는 제격이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 눈물이 있어/ 이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소금)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마리가 함께 붙어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외눈박이…)

하지만 세상이 별과 구름과 들풀같은 아름답고 애상적인 것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대다수의 생활인들에게 류시화의 시는 그야말로 음풍농월격이다. 시인은 사물의 미학적 가치를 아름답게 풀어내고는 있지만 정작 그것들을 가능케하는 다른 많은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평론가 이문재씨는 『시를 감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자유이자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요즘 류씨의 시는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더욱 성숙해졌다고 평했다. 시인 자신은 「휴식같은 책」이라고 자신의 시집을 이야기한다.

FM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 TV로 광고하는 시집.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인기 시집인가, 명상의 깊이를 가진 명작인가. 「외눈박이…」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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