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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산다는 것/김귀영(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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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산다는 것/김귀영(1000자 춘추)

입력
1996.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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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도시사람들 사이에선 근교나 교통이 문제되지 않는 농촌지역에 전원주택을 소유하고 도시와 농촌의 장점만을 취하며 사는 것이 크게 유행하나보다. 신문 잡지 등 매스컴들이 전원주택을 소유하는 각종 방법에 대해 앞다퉈 보도하는데 그 내용이 얼마나 꼼꼼한지 놀랄 지경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든 없든 흙냄새 맡으며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농촌에 생활기반을 두고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런 기사는 영 입맛 껄끄러운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기사를 보는 대다수 사람들이 이제 한국의 농촌도 살만하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아서이다.더욱 속상한 것은 올 추곡수매현장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수확량이 많아 소득이 늘었다는 기사와 함께 수매대금을 받아들고 활짝 웃으며 돈을 세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도하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단순히 올해는 풍년이니까 생산량이 많아 수매가는 동결되었더라도 농민들의 수입은 높아졌다는 식이다. 이런 보도는 도시사람들에게 풍년이므로 쌀값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사고를 하게 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올해는 풍년이라 농사꾼들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현실적으로 아직도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너무 무모하거나 너무 무기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과감히 농사에 투자하라고 권할 수 있는 어떤 근거, 즉 경제적인 혹은 문화적인 혜택이 전혀 없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농업이 유망한 직종은 아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적어도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을 보호하는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농민들은 심각한 부채와 농산물 수입개방, 농산물 가격의 폭락,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은 쌀값」이라는 터무니 없는 오해 앞에 홀로 발가벗기운채 서있는 셈이다. 이런데도 언론은 우리 농업을 위해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는 무관심한듯 보인다. 요즘은 여러신문에서 생활섹션을 만들어 갖가지 생활정보를 줄줄이 쏟아내고 있는데 이제 우리 농촌에 대한 현실알리기에도 적극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한다.<풀무소비자생활협동조합 유통책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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